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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 무슨 일 하는지 알려줘요" 이색 관리도구 만든 김병철 익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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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사건이 있다. 모 스타트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던 시기에 거액 연봉을 받는 유명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뽑았는데 여러 달이 지나도록 개발 업무가 지지부진했다. 개발을 잘 모르는 대표는 잘되고 있다는 개발자의 말만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개발자들을 통해 확인하니 해당 개발자가 여러 회사에 이중으로 취직해 월급을 챙기고 있었다. 코로나19 시기 널리 퍼진 재택근무를 악용해 벌인 일이었다. 대표는 해당 개발자를 해고했지만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은 되돌리지 못했다.
이 사건은 개발자들의 세계를 모르는 비개발자와 개발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눈여겨본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개발자 출신의 김병철(48) 익스토리 대표는 개발을 전혀 모르는 비개발자도 개발자 업무를 한눈에 파악해 관리할 수 있는 이색 개발자 관리 도구 '비시티오'(BeCTO)를 개발했다.
언뜻 보면 개발자를 감시하는 근태 관리 도구처럼 보이지만 개발자들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 정확하게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이색 도구의 개발 과정을 들어봤다.
비시티오의 핵심은 개발자의 업무를 비개발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개발자와 개발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서비스 명칭을 누구나 개발책임자(CTO)가 될 수 있다는 뜻인 비시티오로 지었다. "개발자의 결과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대표가 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면 개발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죠."
원리는 간단하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깃' 서비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가져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깃허브' '깃랩' 등 여러 깃 서비스에 각자 개발한 소스 코드를 저장해 놓아요. 이를 통해 실수나 사고로 소스 코드가 사라져도 되살릴 수 있도록 안전하게 대비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할 때 필요한 개발 정보를 주고받죠."
비시티오는 깃허브, 깃랩, '비트버킷' 등 개발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세 가지 깃 서비스에서 정보를 가져와 통합한다. "이렇게 가져온 정보는 비개발자가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들어요. 이를 비개발자가 봐도 알 수 있도록 풀어주죠."
이때 개발 내용인 소스 코드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나 개발했는지 주변 정보를 가져오는 것이다. "주변 정보를 매일 가져와 확인해요. 외부 업체에서 개발한 경우 몇 명이 얼마나 일했는지 알 수 있죠."
중요한 것은 다른 개발자와 비교하지 않고 해당 개발자의 과거 실적과 비교한다는 것이다. "개발자마다 업무 숙련도와 개발 내용이 달라서 다른 개발자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어요. 어제 프로그래밍 코드를 몇 줄 개발했는데 오늘은 몇 줄 개발했는지 해당 개발자의 과거 실적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죠."
김 대표는 비시티오 화면을 개발자 화면과 고용주 화면으로 구분해 놓았다. 고용주 화면은 개발자들이 얼마나 일했는지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었고, 개발자 화면은 스스로 업무 달성률을 확인해 목표치 설정 등 효율적으로 개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용주 화면을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별로 몇 명의 개발자가 참여하는지, 얼마나 진척됐는지 진행 상황 등을 숫자와 그래프로 보여준다. 눈에 띄는 것은 빨간색으로 표시된 개발자들이다. "일을 덜하거나 잘하지 않는 사람은 빨간색으로 표시해 어떤 일을 얼마나 했는지 보여주죠."
그렇다 보니 개발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김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모 대기업에서 유사 기능을 도입하려다가 개발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지난해 모 대기업에서 개발자들의 개발 현황을 인사 고과에 반영하려다가 무산됐어요. 프로그래밍 작성 줄이 많다고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단순 프로그래밍 줄 숫자로 비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개발자들이 반발했어요."
하지만 김 대표는 비시티오가 개발자들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한다. "개발자들은 각자 한 일을 이해시키려고 문서 작업을 하지 않아도 돼요. 과거 개발 능력보다 문서 보고를 잘하는 개발자가 일을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문서 작업을 못하는 개발자는 손해 봤죠. 그런데 비시티오를 사용하면 억울하게 손해 보는 개발자는 없죠."
따라서 개발자와 비개발자 모두 업무를 둘러싸고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다. "개발자는 일일이 얼마나 일했는지, 현황이 어떤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죠. 한마디로 개발자와 비개발자 사이에 소통이 가능해요."
이렇게 되면 개발자들의 원격 근무나 외부 개발업체 활용에도 도움이 된다. 어디서 일하든 업무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개발업체를 사용하면 업무 진척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죠. 원격으로 외부 개발업체의 개발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또 개발자들의 원격 관리가 가능해 해외 개발업체도 활용할 수 있어요. 최근 모 스타트업이 비시티오로 베트남 개발업체를 관리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을 끝낸 사례가 있죠."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현재 스타트업 4개사가 비시티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다. 비시티오는 다달이 이용료를 내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제공된다. "업무 파악을 원하는 개발자 숫자에 따라 비용을 과금해요. 개발자 1인당 월 20달러 정도죠. 약 450명의 개발자와 300개 기업이 비시티오에 가입했어요. 이에 힘입어 올해 3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죠."
비시티오는 개발자 채용이나 이직에도 유용하다. 깃에 남아 있는 과거 개발 경력이 훌륭한 이력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깃의 개발 경력을 이력서 형태로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어서 개발자의 경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죠."
깃 정보를 활용하면 덤으로 묻어가는 경력 부풀리기를 할 수 없다. "이력서만으로는 여러 개발자가 함께 일한 경우 얼마나 기여했는지 확인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슬쩍 경력을 부풀리는 개발자들이 있죠. 하지만 깃 정보를 활용하면 어떤 개발업무에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로 무슨 일을 했는지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경력을 부풀릴 수 없어요."
그러나 개발자가 퇴사 등의 이유로 깃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과거 개발 내역 정보를 가져올 수 없다. "개발자들은 개인 또는 회사 이메일로 깃 서비스에 가입해요. 만약 회사 이메일로 깃 서비스에 가입한 경우 회사에서 보안을 이유로 소스 코드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퇴사자의 깃 서비스 계정을 막아 놓기도 해요. 그러면 퇴사한 회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경력을 가져올 수 없어요."
원래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컴퓨터 게임을 좋아해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원을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워 정보처리기능사 2급 자격증을 땄어요."
수원대 전자재료공학과에 진학한 그는 졸업 후 보안 소프트웨어업체 이네트렉스를 다니다가 캐나다 세네카대학에 유학 가서 1년간 마케팅을 공부했다. 이후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당시 영어를 할 줄 아는 개발자가 많지 않아 ASD코리아, 이지메이션, 아이엔소프트 등 외국계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했죠."
그는 소고기 조각투자로 유명한 스타트업 스탁키퍼에서 CTO로 일하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느 기업이나 대표는 개발 비용이 제대로 쓰이는지 항상 궁금해하죠. 다른 분야는 대표가 쉽게 파악할 수 있으나 개발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경영진과 개발자들의 소통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익스토리를 창업했어요."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개발자로 일한 김 대표는 최근 환경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한때 개발자들이 인기 직종이었던 때가 있었죠.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개발자들의 처우가 급격하게 낮아졌어요. 신입 개발자들은 취직하기 힘들어요. 갑자기 취직을 목표로 프로그래밍 공부하는 것은 말리고 싶어요."
앞으로 그의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비시티오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글과 영어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하도록 개발했어요.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과 싱가포르의 대형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을 만나고 있어요. 내년에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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