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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與 공관위원장 내정 정영환, 흉기 협박 성폭력 "무죄" 판결 도마에

입력
2024.01.08 04:30
수정
2024.01.08 11:3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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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부산지법서 배석 판사로 판결 기록
성인지 감수성 부족 판례로 인용되기도
엄격한 잣대 들이댈 공관위원장 적절성 논란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 교수는 지난 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연합뉴스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 교수는 지난 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된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판사 시절인 1991년,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피고인은 흉기와 비닐테이프 등으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부상을 입혔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30여 년 전이고 배석 판사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여당의 국회의원 공천을 주도해야 하는 정 교수의 성인지 감수성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1991년 3월 부산에서 발생한 특수강간치상 사건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술집 접대부 A씨와 한 차례 성관계를 맺은 후 재차 성관계를 요구했고, A씨가 이를 거부하자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찌르겠다"고 협박했다. 이어 소지한 비닐테이프로 A씨 두 손을 묶으려 했지만 A씨가 이를 뿌리치고 탈출하면서 손에 상처를 입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의 폭행·협박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 교수는 당시 배석 판사로 기록돼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는 비록 피해자가 겉으로는 한 번 더 성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 내심의 진의는 그렇지 않다고 오신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명시적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입장에서 A씨가 내심 성교를 원할 것이라고 오해할 만해서 무죄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주점의 손님과 접대부의 관계 △화대 지급 후 1회 성교 △A씨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무죄 판단 배경으로 거론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도, 문제가 될 만한 판결이라는 게 여성 인권 문제 전문 법조인들의 판단이다. 여성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변호사는 7일 "당시엔 술집 접대부와 일반 여성을 가르는 이중잣대가 존재했고, 술집 접대부에 대한 성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웬만해선 기소도 하지 않았다"며 "검찰이 기소했다는 것 자체가 이 사건이 심각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해당 판결은 이후에도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성매매 경험이 있는 피해자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법원 관행을 비판하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다른 변호사 역시 "흉기를 사용하고, 비닐테이프로 묶으려 했다는 것은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릴 의도가 명백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에 무죄 선고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야가 공천의 중요한 잣대로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배석 판사였다고 하더라도 정 교수가 공관위원장 임명 전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에서 배석 판사였지만,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에 본보는 정 교수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당시 무죄 선고 배경' 등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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