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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전쟁 3개월 이스라엘 내홍 본격화… 회의 중 군·극우 장관 충돌

입력
2024.0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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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회의서 '하마스 기습 예측 실패' 놓고
군부가 진상조사 요구… 극우 장관들 반발
여당, '네타냐후 책임론' 불거질까 발 동동

지난해 12월 24일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는 '정보 실패' 책임을 놓고 이스라엘이 내홍에 빠졌다. 진상 조사를 벌이려는 이스라엘 군 지도부와 이에 반대하는 극우 장관들이 정면 충돌하면서다. 책임론에 시달려 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 축소를 우려한 극우 여당이 조사에 훼방을 놓으면서 전시 내각이 분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은 지난 4일 열린 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에서 정보 실패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제안했다. 하마스의 기습 징후를 포착하지 못해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은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할레비 총장의 제안에 극우 성향 장관들이 즉각 반발하면서 회의는 아수라장이 됐다고 FT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리쿠드당 소속 미리 레게브 교통장관은 물론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정당 소속 장관들이 나서서 군 지도부를 성토했고, 격앙된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결국 회의는 중단됐다.

할레비 총장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자 전시 내각 소속 야당 인사들이 변호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전시 내각에 합류한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전쟁 중에 정치적 동기를 갖고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할레비 총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해 3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전쟁 발발 3개월 만에 내각이 제시했던 통일된 전선에 균열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11일 제2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오른쪽) 대표와 전쟁 내각 구성을 알리고 있다. 전쟁 내각에는 이 둘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참여한다. 이스라엘 총리실 유튜브 캡처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11일 제2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오른쪽) 대표와 전쟁 내각 구성을 알리고 있다. 전쟁 내각에는 이 둘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참여한다. 이스라엘 총리실 유튜브 캡처


전쟁 발발 직후부터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기습에 대해)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 같은 발언으로 군부에 책임을 돌려왔다. 지금도 여전히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와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극우 정당은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진상 조사가 개시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연일 선언하는 배경에도 이 같은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다수다.

이날 내각 회의에선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도 논의됐지만 마찬가지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다. 이 역시 전시 내각 내부에서 잡음이 나오는 안건 중 하나다. 스모트리히 장관 등 일부 인사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해외로 내보내고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하자고 주장하면서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을 포기하고 철수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자지구와 달리 이스라엘이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선 불법 정착촌이 전례 없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5일 비정부기구(NGO) 피스나우를 인용, "전쟁 이후 3개월 동안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정착촌 전초기지 9곳과 12개 이상의 도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역시 극우 정당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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