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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미사일 커넥션

입력
2024.01.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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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탄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탄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북한과 이란의 무기거래는 4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팔레비왕조를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미국과 척을 지게 된 게 계기다. 이란·이라크 8년전쟁 당시 이라크의 미사일 공세에 고전했던 이란은 고립무원 상태에서 북한의 도움을 받아 소련제 개량형인 스커드미사일 시스템을 갖췄다. 이후 미사일은 물론 핵개발 협력까지 이뤄진 게 북·이란의 군사 밀착이다.

□북한과 이란이 시험 또는 실전 배치하고 있는 미사일은 샴쌍둥이처럼 닮았다. 외부 페인트 색만 다르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북한의 화성 미사일 시리즈와 이란의 샤하브 미사일 시리즈가 그렇다.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 협력은 단거리나 중거리에 그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진행될 만큼 밀접하다. 미국과 서방의 감시망을 뚫고 핵과 대량살상무기 도미노 현상이 두 ‘불량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형국이다.

□두 나라의 초기 미사일 개발에 기초를 제공했던 군사강국 러시아가 전쟁 물자 부족으로 최근 북한과 이란의 어깨를 빌리는 모양새는 아이러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책임자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해 7월 평양을 방문, 북러 군사협력을 다지더니 두 달 뒤엔 테헤란을 들렀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제 포탄이 발견됐고, 지난 4일엔 KN-23으로 보이는 북한산 탄도미사일 수십 발이 사용됐다는 미국 백악관 발표가 있었다. 러시아의 이란제 탄도미사일 구매가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쇼이구는 테헤란 방문 당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아바빌을 포함한 미사일 시스템을 둘러봤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과 2일 야간공습에서 무더기 섞어 쏘기로 재미를 봤다. 순교자란 뜻의 이란제 사헤드 자폭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한꺼번에 쏘는 입체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어트 방공망을 뚫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 이란을 싸잡아 악의 축으로 비난한 까닭이다.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개발과 시험을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러시아 손을 빌려 우크라이나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상황이 됐다. 북한-이란-러시아 미사일커넥션은 우리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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