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하다 지쳐…' 40년 돌본 장애 아들 살해한 아버지 재판에

흉기로 찌르고 본인도 자해
유족들은 검찰에 선처 호소

게티이미지뱅크

중증장애 아들을 40년간 돌보다 살해한 6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형사2부(부장 김성원)는 살인죄로 60대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7시 20분쯤 대구 남구 이천동 한 아파트 집 욕실에서 아들 B(39)씨를 흉기로 찔렀다. B씨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가족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아들을 찌른 A씨도 흉기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고 많은 피를 흘려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그러나 병원 치료과정에서 회복했다.

아들 B씨는 태어날 때부터 1급 뇌병변 장애를 앓았다. A씨는 몸이 불편한 아들을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관뒀고, 40년간 식사와 목욕, 용변까지 처리했다. 대신 A씨의 부인이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책임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시간이 흘러도 B씨의 상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자신은 갈수록 노쇠해 장성한 아들을 간병하는 데 힘에 부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어머니와 동생은 검찰에 “A씨가 모든 일을 접고 전적으로 아들과 함께 생활하며 40년간 간병에 애쓴 점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앞으로 열릴 재판 과정에서 A씨가 간병살인이라는 비극적인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제반 사정을 고려해 처분을 요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감정에 부합하는 처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유족에게 장례비를 지원하는 등 피해자 지원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