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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감싸 살리고 숨진 아들도… ‘골든타임 72시간’ 지난 일본 강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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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4시 28분,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한 무너진 주택에서 80대 여성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새해 첫날인 1일 규모 7.6의 강진 발생 후, 이른바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이 막 지난 순간이었지만 이 여성은 의식이 있었다. 자신을 구한 소방관에게 "고생했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본 전역에 방송된 극적 구출이었다.
그러나 그 배경엔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는 사실이 5일 뒤늦게 밝혀졌다. 함께 살던 아들(58)이 어머니의 몸을 감싸듯 위에서 덮은 채로 함께 발견됐는데, 그는 이미 숨져 있었던 것이다. 이날 아사히방송TV에 출연한 그의 형(60)은 "동생이, 어머니를 감싸서, 그래서 엄마는…(살 수 있었다)"라고 하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목숨 바쳐 어머니를 구한 아들의 사연을 본 시청자들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댓글을 달았다. '구조될 때까지 죽은 아들과 함께 있었던 어머니는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라며 생존한 80대 여성의 비통한 심정을 유추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와지마시와 스즈시에선 전국 각지에서 파견된 소방관·자위대원들이 연일 무너진 집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안타까움도 자아내고 있다.
4일 오후 스즈시의 한 무너진 집에서는 76세 여성이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됐다. 그러나 얼마 후 사망이 확인됐다. 지진 발생 때 화장실에 있던 남편은 곧바로 집을 나왔지만, 이 여성은 1층 거실에서 연하장을 정리하다 탈출을 못 해 갇혀 버린 탓이다. 남편은 "성실하고 건강했던 아내와 함께한 삶은 행복했다. 이런 일로 세상을 떠나다니"라며 울먹였다.
이날 오전만 해도 남편은 사실상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먼저 찾아왔던 소방관과 자위대원도, 그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10여 명도 구조를 포기하고 돌아갔다.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망가져 중장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실제 이 지역은 너무 많은 건물이 쓰러져 중장비 반입이 불가능했다. 시신만이라도 수습해 주길 바랐던 그는 차갑게 식어 버린 아내를 찾아 준 소방관에게 고개를 숙인 뒤,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지진 사망자 수는 94명으로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와지마시가 55명으로 전날보다 7명 늘어났고, △스즈시 23명 △나나오시 5명 등이었다. 구조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지만, 지진 발생 72시간이 지나 최종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시카와현은 주민대장을 바탕으로 연락이 닿지 않는 222명의 성명과 연령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물·식료품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물자 지원과 수송에 가세했다. 각 지자체에선 소방관 외에 물자 배부 등을 돕는 인력을 파견하고, 피난민에게 일시적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해 주기로 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피난소의 위생 환경을 개선하고, 가설 주택 등의 건설 준비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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