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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직 예고 교사가 사설 평가회 심사위원... 끊이지 않는 음대입시 논란

입력
2024.01.06 04:30
수정
2024.01.06 08:4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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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의혹 교수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업체
교육부, 교사 2명 심사위원 참여 사실 확인
'사실상 과외교습'이란 의혹... 업체 고발당해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치러지는 음대 실기시험 장면. 이 사진은 본기사와 관계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치러지는 음대 실기시험 장면. 이 사진은 본기사와 관계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직 예술고등학교 교사가 음악 관련 사설 업체가 주최한 입시평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당국이 공무원(사립학교 교원)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 업체는 교육청에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평가회라는 방식을 빌려 음악교습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당한 곳이다.

교육부는 5일 최근 경희대 음대 A교수의 입시비리 제보(본보 2023년 12월 29일 자 10면 참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직 예고 교사 2명이 컨설팅 업체의 입시평가회에 참여한 것을 확인하고, 불법성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A교수의 배우자 B씨가 운영하는 업체인데, 클래식 공연 기획이나 컨설팅 업무를 하는 곳이다. 관할 교육청에 별도로 교습학원으로 등록하지는 않았다. 앞서 서울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해당 업체가 무등록 학원임에도 입시평가회 등 입시 관련 교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 지난달 28일 방배경찰서에 학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당국은 이 업체가 열었던 입시평가회에서 수도권 C예고, D예고 교원 1명이 각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입시평가회는 대학 실기시험을 앞둔 음대 입시 준비생들이 연주를 하면 심사위원들로부터 연주에 대한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1년도부터 C예고 교사는 6회, D예고 교사는 3회 심사위원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당국이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지만, 불법 교습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까지 당한 행사에 현직 교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사립학교 교원은 국가공무원법 적용을 받아 영리업무 및 겸직허가 제도가 엄격히 적용된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이뤄지는 교원의 교습행위 또한 사교육 업체와 관련이 있으면 공무원 청렴 및 품위 유지 의무 등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당사자들은 입시평가회가 문제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평가회를 주관한 업체 대표 B씨는 본보에 "이제 와서 갑자기 학원법에 저촉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저희가 불법이라면 반대로 실제 학원 중에서 입시평가회를 여는 곳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평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C예고 교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원 자격으로 간 게 아니라 개인 활동이었다"며 "과거 연주자로서 활동을 했기에 예술 활동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예고 교사는 "입시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입시생들 수준을 알면 좋겠다고 생각해 교장의 허락을 받고 나갔다"고 말했다.

교육부 사교육·입시비리대응팀 관계자는 "현직 교사가 상급학교 진학 지도에 필요한 과외교습 행위를 한 점이 학원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평가회에 몇 번 참여했는지, 돈을 어떻게 받았는지 등 종합적인 상황을 검토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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