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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효능

입력
2024.01.06 04:30
19면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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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스틸컷. 홀리가든 제공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스틸컷. 홀리가든 제공

카페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러 전국을 다닌다. 얼마 전에는 생전 처음 가보는 시골 마을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오랜만에 손님을 태워서 좋으셨는지 택시 기사는 '대체 누굴 만나러 거기에 가는지, 용건은 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살짝 귀찮았지만, 한적한 길을 달리는 동안 대화라도 하는 게 나을 듯했다. 카페 오픈할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말하자 자신의 꿈도 카페를 운영하는 거라며 반색했다. 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커피 내리는 걸 배워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것이라고, 커피숍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택시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물론, 커피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카페를 한다고 하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인적 드문 바다 마을로 들어온 한 여성이 다 쓰러져가는 해안가 움막에 커피 로스팅 기계를 설치하고 카페 문을 열었다. 홀로 커피를 볶고, 팩스로 주문서가 오면 택배로 판매하는 주인공과 이웃 사이에 빚어지는 이야기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커피인 300명가량이 영화를 단체 관람했던 날, 그들은 입을 모아 '나도 저렇게 사는 게 꿈인데'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오래전부터 카페는 사람들이 모이게 했고, 이야기와 생각을 응집시키는 소중한 장소였다. 그렇게 소중한 공간을 펼치고 꾸려가는 커피숍 사장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손님들과 만나는 일을 점점 더 버거워한다. 영화 속 '요다카 커피'처럼 '비대면'으로 원두만 팔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슬프게도 그 공간을 찾아온 사람들 때문이다. 택시 기사님의 말처럼, 카페를 오픈하는 이라면 누구든 자신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좋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누아르 영화 못지않은 현실은 그들을 매일매일 공포에 빠뜨리고, 겹겹이 누적되는 상처는 인간 본성의 선의마저 의심하게 되는 지경으로 내몰곤 한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서빙하는 방식의 카페가 그런 현실의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카페를 찾는다. 커피라면 아무거나 상관없는 사람들도 있겠고, 빵과 맛있는 커피가 있고 멋진 디자인이나 쾌적함이 있는 곳에 매혹되기도 한다. 다만,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카페는 위로받고 위안이 되는 따뜻한 휴식의 공간이자, 스트레스 많은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소통의 장이라는 사실이다.

새해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들도, 그곳을 찾는 손님들도 함께 지켜내고 싶은 소중한 '공간'에서 함께 행복하기를. 많은 것이 분절되고 변모하는 세상이지만, 동네 커피집들이 굳건하게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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