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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에 기생하는 ‘증오 비즈니스’에 묻힌 정치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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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정치 테러에 단호하게 맞서기보다 대중의 불안과 증오 심리에 편승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사안의 본질은 뒷전이고 클릭 수에 혈안이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튜브는 각종 음모론을 양산하는 공장으로 전락했다. '민주당 피습 자작극', '극우 사조직 배후설' 같은 근거 없는 주장부터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이 대표의 정치쇼'라는 황당무계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급속히 퍼졌다. 기회를 놓칠세라 구독자가 150만 명에 육박하는 인플루언서급의 유튜버도 적극 가담했고, 일부 채널 운영자는 2일 피습 발생 이후 이틀 만에 30개가 넘는 관련 영상을 쏟아냈다.
특히 테러범의 흉기가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라는 주장이 유튜버들의 단골 소재로 활용됐다. 경찰이 사건 직후 "흉기는 '등산용 칼'이고, 흉기 감정 결과 혈흔이 피해자와 일치했다"고 공식 확인했지만 여전히 흉기를 둘러싼 의문을 조악하게 다룬 영상이 네티즌의 시선을 끌고 있다. 구독자가 20만 명에 달하는 한 유튜버는 심지어 잔혹한 피습 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고 확대하며 30분 넘는 분량에 담아 "칼이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영상이 단순히 유튜브에 그치지 않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대·재생산된다는 점이다.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유튜브 영상을 근거로 '나무젓가락 흉기'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반대로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7.65㎜ 상처에 운명하신 분'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등을 함께 올리면서 조롱했다. 급기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살해 협박 게시글까지 올라왔다.
당국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사건 발생 초기 경찰·소방당국은 이 대표가 입은 피해가 '자상(칼로 찔려서 입은 상처)'이 아닌 '열상(피부가 찢어져 생긴 상처)'이라고 발표해 혼선을 자초했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은 2일과 3일 치료 결과 브리핑을 민주당에 떠넘겨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낳기도 했다.
진영 논리에 함몰된 정치인의 발언이 음모론을 키웠다.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사건 당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적었다. 피습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바로 떠넘긴 성급한 주장이다.
정치권은 뒤늦게 반성문을 썼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4일 "정치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며 자성하고 또 성찰하고 있다"면서 "모든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가짜뉴스·음모론 확산과 2차 테러를 막기 위해 대책기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의 확산이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확증 편향에 매몰된 구독자, 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유튜버, 명성을 위해 활용하는 정치인이 3종 세트가 돼서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악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일부 정치 유튜버들이 피습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최대화하는 비즈니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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