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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에 끝내 환수 못한 867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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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반란수괴, 뇌물수수 등 13가지 죄목이 유죄로 인정돼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대통령 재임 당시 기업 등에서 거둬들인 것으로 확인된 금액(9,500억 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씨는 그해 연말 김영삼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법적 책임은 추징금뿐이었다.
□그는 재산을 무기명 채권 등으로 교묘히 숨겨 추징도 요리조리 피했다. 2003년 전씨가 법원에 제출한 재산목록은 서울 연희동 집 별채, 보석류, 미술품, 진돗개 등과 예금 29만1,000원이었다. 두고두고 공분을 사는 “남은 전 재산 29만 원”이라는 얘기는 이때 나왔다. 살짝 와전이 되긴 했다. 판사가 “그러면 30만 원이 예금, 채권 다네요?”라고 추궁하자 전씨가 “네”라고 답했다고 한다. 전씨가 직접 한 말은 아니라는 얘기다. 부인 이순자씨는 자서전에 “소액이지만 정확을 기하는 의미에서 기재했다”고 적었다.
□그는 2021년 11월 사망할 때까지 호화로운 삶을 누리다 갔다. 군사반란 40년이 되던 2019년 12월 12일에는 반란 주역들과 고급 중식당에서 마치 자축 오찬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목격됐다. 심지어 알츠하이머 증상을 앓고 있다던 그가 골프를 즐겨 쳤다는 캐디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손자 전우원씨는 연희동 자택 영상을 공개하며 “방 한 개 규모 비밀금고가 있다. 벽에 현금이 가득했다”고 폭로했다.
□전씨의 마지막 추징금이 될 55억 원이 곧 국고로 환수된다. 검찰이 차명재산으로 보고 압류한 경기 오산시 임야 3필지 몫 55억 원에 대해 땅을 관리하던 신탁사가 소송을 내 환수를 못 해 왔는데, 2심에서 패소한 신탁사가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추징금 2,205억 원 중 미환수액은 867억 원으로 줄게 됐지만, 더 이상 환수는 불가능하다. 국회엔 상속재산 추징을 가능토록 한 ‘전두환 추징 3법’ 개정안이 3년째 계류 중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자 야당 의원들이 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미 사망한 전씨의 일가에 소급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씨 가족은 할 일 미뤄온 국회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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