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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솔레이마니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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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9년 11월.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전 오바마 정부가 맺은 ‘이란 핵 합의’를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트위터에 “제재가 오고 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당시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포스터와 대사를 차용한 것이다. 이때 “올 테면 오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당신을 막겠다. 전쟁은 당신이 시작했으나 끝내는 건 우리”라는 답글과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다.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막 빠져나온 차가 미군 드론 MQ-9 리퍼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을 맞고 폭파됐는데, 그 차에 솔레이마니가 타고 있었다. 미 국방부는 공습이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솔레이마니 장례 행렬은 이란 주요 도시를 돌았고 추모객이 수백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레이마니가 이란의 순국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 순간이었다.
□2023년 1월 3일. 솔레이마니가 묻힌 이란 남동부 케르만에서 솔레이마니 추모행사가 열렸다. 묘소로 이어진 도로가 인파로 가득 찬 순간 길옆에서 두 차례 원격 조정 폭탄이 터지면서 300여 명이 사상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폭발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과 이스라엘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공격 형태로 보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솔레이마니는 생전 이라크 시리아 예멘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에서 미군 이스라엘군과 싸우는 시아파 정부와 무장단체를 지원하며,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높여왔다. 그가 만든 대립 구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직후 미국에서는 솔레이마니가 구축한 ‘저항의 축’이 이 전쟁에 직접 개입한다면 ‘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리고 그 우려는 이번 솔레이마니 추모식 테러로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저승의 솔레이마니 유령이 지상에 나타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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