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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태영 뼈 깎는 자구안, 남의 뼈 깎아...호소보다 숫자 내놔야"

입력
2024.01.04 15:22
수정
2024.01.04 15:4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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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간담회, 태영그룹 향한 강도 높은 비판
"주말까지 대안 내놔야...넘기면 시간 부족"
"수백억 규모 해외IB 추가 불법공매도 곧 발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과 관련해 태영그룹을 작심 비판했다. 이번 주말까지 대안을 내놓으라고도 압박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태영) 오너 일가는 수천억 원의 자산이 있으면서 워크아웃 계획에는 단돈 1원도 내지 않고, 이미 밝힌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창업회장까지 나와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영그룹 측은 전날 윤세영 창업회장이 직접 채권단 설명회에 나와 에코비트, 블루원 등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태영건설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핵심 자회사인 SBS 지분 매각이나 총수 일가 사재 출연에 대한 언급은 없어 논란을 불렀다.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갚겠다고 한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 원을 상환하지 않은 점도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지주사 TY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 원 중 400억 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800억 원 이상을 TY홀딩스 채무보증 상환에 쓴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 이 원장은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닌 오너일가의 자구계획 아닌지 채권단은 의심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호황기에는 1조 원 넘는 이익을 거뒀다가 침체기에는 협력사나 채권단에 피해를 떠넘기는 걸 보면 '견리망의(이익을 접하면 의로움이고 뭐고 다 잊음)'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며 "울림 있는 호소를 했지만 지금은 숫자로 설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산은은 태영 측에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는 채권단 협의회 1차 회의(11일) 전까지 앞서 제시한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강력 요구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전체를 애초 약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하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도 "(태영 측이)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산은이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가는데, 이 경우 1,075개사에 달하는 태영건설 협력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비해 금감원은 태영건설 협력사들의 여신 상황에 대한 일일 점검에 돌입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수백억 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추가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조사 마무리 단계로, 이른 시일 내 기자단과 국민께 해당 내용을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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