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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치고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죽인 이스라엘… 확전 위기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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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석 달 가까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치국 '2인자'를 살해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에 있는 하마스 시설 기습 공격을 통해서다. 지난해 10월 7일 개전 후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의 거점이 있는 국경 지대에 공격을 가한 적은 있지만, 베이루트 쪽으로 군사 작전을 편 것은 처음이다.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이란도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반(反)이스라엘 세력 결집으로 인해 가자지구 위주로 전개돼 온 전쟁이 중동 내 다른 지역으로 번질 위험도 커졌다. 이번 전쟁을 마무리할 출구 전략의 모색 역시 더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베이루트 남쪽 외곽 도시 다히예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에 드론이 날아들었다. 건물은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그 결과 최소 6명의 하마스 수뇌부 인사가 숨졌는데, 여기엔 살레흐 알아루리(58)도 포함됐다.
1966년 서안지구에서 태어난 알아루리는 하마스 정치국에서 이스마엘 하니예 다음으로 서열이 높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 창립 인사로,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작전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주로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며, 헤즈볼라와의 연락책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스라엘은 알아루리 사망과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공격에 쓰인 드론이 이스라엘방위군(IDF) 무기로 확인되는 등 배후는 이스라엘이라는 게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하마스는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하니예 정치국장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적대 행위 확대에 대해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인질 석방·휴전 협상도 중단했다.
이번 공격은 'IDF 작전 변경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무차별 폭격·시가전 중심의 고강도 전투에서 '하마스 정밀 타격 위주의 저강도 전투'로 무게 추를 옮기겠다고 선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누가 공격했든,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IDF의 작전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국내에서 정치적 궁지에 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상황 타개를 위해 '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여론이 비등한 데다, 사법부 장악을 위한 입법마저 1일 대법원 판결로 무효화하면서 네타냐후 총리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 정치분석가 에키바 엘다르는 "네타냐후에겐 일종의 '승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베이루트가 이스라엘 공격권에 들어가면서 가자지구 바깥으로의 확전 우려는 더 커졌다. 서안지구에선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이 '복수'를 외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레바논 정부는 "우리의 주권을 침해했다.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중동 내 반이스라엘 진영 맹주인 이란도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려는 저항 의지가 불붙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헤즈볼라는 "알아루리 암살은 대응·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중동 역내 긴장 완화를 촉구해 온 미국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스라엘은 알아루리 제거 작전을 미국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로 예정됐던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가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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