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이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모씨가 운영하는 충남 아산 배방읍 부동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아산=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여권 지지층에선 이 대표 자작극설을, 야권 지지층에선 현 정부의 부실 대응이나 사주설을 제기하며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반복돼선 안 될 정치 테러에 대한 자성 주문에도 도를 넘은 음모론이 횡행하는 것은 극단 정치에 빠진 우리 사회 수준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사건 직후 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선 "자작나무(자작극을 의미하는 표현) 사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널 진행자는 "(범인의) 오른손에 종이칼, 왼손에 진짜 칼, 그러고선 오른손으로 찔렀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자작극설을 거들었다. 여권 지지층에선 이 대표가 부산에서 헬기로 이송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은 배경, 이 대표의 각종 재판 지연 등의 억측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성향 커뮤니티에선 여권 사주설이란 반응이 많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친명 원외 인사들도 여권이 사건을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으로 가세했다. 범인이 정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신당을 준비 중인 이낙연 지지자' 또는 '한동훈(국민의힘) 지지자' 등의 엉뚱한 추측이 퍼져 나갔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어느 진영인지에 관계없이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정치 테러'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정치적 유불리를 의식해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유튜버와 극성 지지층의 행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럴수록 총선을 앞둔 유권자들과 정치권은 휩쓸리지 말고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음모론과 가짜뉴스는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한 부정확하고 불투명한 정보에서 비롯된다. 이번에도 경찰과 민주당이 상처 형태와 크기를 놓고 다른 발표를 하는 등 미흡한 정보 제공이 음모론을 키운 측면이 크다. 정치적 사안일수록 해당 기관들은 오염 없이 투명하게 그대로 공개해야 불필요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미확인 정보와 무분별한 추측을 유통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얻으려는 세력을 막기 위한 제도 마련에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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