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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의 색다른 매력... 9900원으로 담양·장성 명소를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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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장기간 휴가를 내 여유롭게 여행하면 좋겠지만, 눈치 보지 않고 하루 쉬는 것도 쉽지 않은 게 직장인의 현실이다. 수도권에서 먼 지역으로 여행하는 건 심리적으로 더 어렵다. 남들 다 간다는 전남의 관광 명소를 단 하루에,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섭렵할 방법이 있다. 바로 ‘남도한바퀴’ 버스다.
수도권에서 전남으로 여행하려면 승용차나 고속버스로 장시간 이동해야 한다. 고속철을 이용하면 광주송정역까지 빠르게 갈 수 있지만, 지역에 흩어진 관광지까지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에서 각 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해당 지역에서 다시 농어촌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겨우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하루가 그냥 허비된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4년 6월부터 ‘남도한바퀴’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당일치기 일정으로 토요일 출발하는 남도한바퀴 ‘장성·담양 힐링여행’ 버스를 탔다. 요금은 9,900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남도한바퀴 버스 요금은 운행 첫해에 정한 그대로다. 광주 유스퀘어에서 오전 9시 40분, 광주송정역에서 10시 10분 출발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오전 7시 44분 출발하는 KTX, 수서역에서 7시 40분 출발하는 SRT를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환승하면 된다.
첫 목적지는 장성 축령산편백숲. 김승희 장성군 문화관광해설사가 반갑게 여행객을 맞이한다. 축령산편백숲은 독림가 춘원 임종국이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0여 년간 사재를 털며 조성한 숲이다. 여의도 두 배 면적에 253만 그루의 나무를 심느라 빛더미에 앉고 설상가상 땅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지만, 오히려 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긴 진정한 조림가이자 애국자였다.
덕분에 50~70년 된 아름드리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1,150헤타르에 달하는 상록수림은 장성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능선까지 오르는 구간을 제외하면 숲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천천히 걷는 동안 바람소리, 물소리와 함께 맑고 신선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해충에 저항하고자 나무가 방출하는 피톤치드가 인체의 면역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니 실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장성 편백숲 산책을 마치고 담양으로 넘어오니 점심시간이다. 음식으로 유명한 지역인 만큼 선택지가 다양하다. 제대로 입 호강하려면 떡갈비가 함께 나오는 대통밥정식을, 가성비로는 담양 국수거리를 추천한다. 부드러운 면발과 멸치로 우려낸 국물 맛이 어우러진 국수와 갓 삶은 계란(2개)이 6,000원.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담양 국수거리는 관방제림과 연결된다.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등 최고 300년 넘은 다양한 거목이 뿌리내린 담양의 상징적 제방이다. 잎이 없는 겨울이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내뿜는 기운과 운치는 여전하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1972년 국도 24호선 담양군청에서 금성면 원율삼거리까지 5km 구간에 5년 된 묘목 1,300그루를 심은 것으로 시작됐다. 2000년 도로 확장공사로 벌목될 뻔했으나 군민과 지역 사회단체의 뜻으로 보존돼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었다.
박민숙 담양군 문화관광해설사가 남도한바퀴 버스 여행객을 안내한다.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는 멀리서 보면 옹기종기 미니어처 요정 같은데, 한가운데로 거닐면 마치 잘 훈련된 군대를 사열하는 듯하다.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는 오롯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원통형 수형이 더 선명하고 가지런하다. 잎이 무성할 때보다 오히려 간결하게 사진에 담긴다.
가로수길 옆에 유럽풍 건물의 메타프로방스가 있다. 패션아울렛과 펜션, 음식점 등이 함께 있는 복합 상업시설이다. 산책을 마치고 커피 한 잔으로 따뜻하게 몸을 녹일 카페도 수두룩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입장료는 어른 2,000원, 남도한바퀴 탑승객은 절반 할인해 1,000원이다.
남도한바퀴 버스는 마지막으로 약 20km 떨어진 명옥헌 원림으로 이동한다. 명옥헌은 조선 중기 문신 오희도(1583~1623)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에 그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지은 글방이자 정자다. 주변으로 흐르는 계곡의 수량이 풍부해 ‘물이 흐르면 옥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해서 이름 지었다.
흐르는 물을 받아 연못을 꾸미고 주변에 배롱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몄는데, 정자와 합쳐 ‘명옥헌 원림’이라 부른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 지혜와 주인장의 소담한 마음이 반영돼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아담한 정자를 지나 개울을 타고 오르면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우암 송시열의 글씨다.
남도한바퀴 버스는 명옥헌 원림을 출발해 광주송정역에 오후 5시 35분, 유스퀘어에 6시 도착한다. 이 시간에 맞춰 열차나 버스를 예매하면 당일치기 전남 여행이 마무리 된다.
겨울철 남도한바퀴 버스는 1월 8일부터 2월 25일까지 매일 전남 7개 코스로 운행한다. 전용 콜센터(062-360-8502)로 전화하거나 홈페이지(citytour.jeonnam.go.kr)에서 예약한 후, 유스퀘어 혹은 광주송정역에서 탑승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9,900원(운행거리가 250km 넘는 코스는 1만2,900원)이며 식사, 입장료, 기타 비용은 개별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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