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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정섭 검사 사건 '판도라 상자'를 확보하라... 처남 부부 휴대폰 쟁탈전

입력
2024.0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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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 휴대폰에 비위의혹 증거 고스란히
처남댁이 휴대폰 메시지 찍어 제보하자
처남은 처벌 불가한 절도죄로 아내 고소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정섭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뉴시스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정섭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뉴시스

이정섭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비위 의혹 입증에 핵심적인 열쇠를 쥔 '키맨'. 이 검사의 처남이 자기 아내이자 제보자인 강미정씨를 휴대폰 절도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검사 처남이 쓰던 이 휴대폰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의혹 수사의 시작점이 된 핵심 증거물이다. 부부 사이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형법 특례조항을 감안했을 때, 법조계에서는 처남이 아내의 추가 제보나 증거 제출을 막기 위해 압박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검사의 처남 조모씨는 지난해 11월 아내 강씨를 휴대폰 절도 등 혐의로 고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잠금 설정한 자신의 휴대폰을 연 뒤, 안에 담긴 내용을 동의 없이 외부에 유출했다는 게 조씨 측 주장이다.

문제의 휴대폰은 조씨가 2016, 2017년 무렵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속에는 조씨가 이 검사와 △동료 검사 골프장 예약 문의 △고용인 범죄 이력 요청 등과 관련해 부탁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12월 18일 일요일 9~10시 임XX 검사가 부킹해 달래… 싸게 해 줄 수 있으면 싸게 해줘"(2016년 12월)라거나 "형, 이 사람 수배나 전과 있는지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요?"(2016년 6월)와 같은 내용들이다. 강씨는 남편 휴대폰 화면을 찍은 파일을 외부에 제보하며 이 검사 관련 비위 의혹을 세상에 알렸다.

이정섭 검사가 처남 조모씨와 나눈 메시지 내역. 처남댁 강미정씨는 이를 사진으로 찍어 공개했다. 강씨 제공

이정섭 검사가 처남 조모씨와 나눈 메시지 내역. 처남댁 강미정씨는 이를 사진으로 찍어 공개했다. 강씨 제공

조씨가 아내 강씨를 절도죄로 고소했지만, 사실 강씨를 처벌하긴 어렵다. 부부 사이에서 일어난 절도·사기·공갈 등 행위는 친족상도례(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재산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하고, 강씨의 경우 이 휴대폰을 팔아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추가 제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고소를 이용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 실제 "휴대폰을 돌려달라"는 조씨의 요구는 휴대폰 속 내용에 담긴 이 검사 비위 의혹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보도된 이후 수차례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법률대리인은 강씨 측에 보낸 이메일에서 '포렌식해 국감 자료로 제출했던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특정하기도 했다. 조씨 측은 이 같은 요구 뒤에 강씨를 절도 혐의로 먼저 고소한 뒤, 무고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도 추가 고소했다.

이 검사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 역시 조씨 휴대폰을 핵심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강씨가 제출한 촬영 사진으로 상황 파악은 가능하지만, 향후 재판에서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거치면 기기에서 삭제돼 볼 수 없었던 다른 증거까지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강씨를 두 차례 참고인 조사하며 해당 휴대폰에 대한 임의제출(자발적 제출)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에 휴대폰을 넘겨주는 걸 망설였던 강씨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요구하면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강지수 기자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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