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보다 더 뜨거운 겨울이라고? 대천해수욕장에 뭔 일?

입력
2024.01.04 04:30
수정
2024.01.04 06:45

머드축제장에 스케이트 테마파크 개장
2월 14일까지 무료 운영에 '구름 인파'
천북굴단지·충청수영성 '겨울 보령' 손짓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 들어선 스케이트장에서 친구,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아이스링크 기준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것보다 약간 작지만, 이곳 스케이트장 옆에는 아이스튜브 슬라이드, 민속썰매장도 설치돼 인기를 끌고 있다. 무료 스케이트장은 2월 14일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자신의 장비가 없을 경우 2,000~3,000원의 비용으로 대여할 수 있다. 보령시 제공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 들어선 스케이트장에서 친구,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아이스링크 기준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것보다 약간 작지만, 이곳 스케이트장 옆에는 아이스튜브 슬라이드, 민속썰매장도 설치돼 인기를 끌고 있다. 무료 스케이트장은 2월 14일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자신의 장비가 없을 경우 2,000~3,000원의 비용으로 대여할 수 있다. 보령시 제공

‘충남 보령의 겨울은 여름보다 더 뜨겁다?’

땡볕 더위도 물리친다는 ‘머드축제의 고장’ 보령 대천해수욕장. 한겨울에도 이 서해 최장 모래 해변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해수욕장 비수기로 통하는 계절이라 텅 빈 바다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연일 1,000명 이상이 ‘머드축제장’을 찾아 해변을 후끈 달구는 탓이다.

3일 보령시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문을 연 보령 스케이트 테마파크 이용객이 2일 기준 1만2,426명으로 집계됐다. 보령시 관계자는 “지난해 4만6,000명이 스케이트장을 찾았다”며 “일평균 1,000명의 한 지금 추세라면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케이트장은 2월 14일까지, 55일간 운영된다.

보령 스케이트 테마파크는 2016년 처음 문을 열었다. 올해 아이스링크 1800㎡, 민속썰매장 450㎡, 아이스튜브 슬라이드 435.5㎡로 설치돼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스케이트장(2,000㎡)보다 크다. 보령시 관계자는 “한여름 진흙의 짜릿한 맛을 본 사람들을 겨울에도 다시 불러내자는 김동일 시장의 생각이 발단이 됐다”며 “지난해에 보령 인구(9만6,000명)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해수욕장변 스케이트장을 다녀가면서 찬 바람 부는 지역 상가에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인기 비결은 넓은 얼음판과 여느 빙상장에서 볼 수 없는 바다 풍경이다. 스케이트 장비가 있다면 무료입장할 수 있고, 장비를 대여할 경우 아이스링크ㆍ민속썰매장은 2,000원, 6.5m 높이에서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스튜브 슬라이드는 3,000원이다. 관내 숙박 이용객과 국가유공자 등은 대여료 50%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국산 홍가리비는 껍질이 분홍색이다. 일본산 가리비는 껍질이 흰색이고 크기가 홍가리비보다 크다. 보령 천북굴단지 내 식당은 국산 홍가리비만 판매한다. 보령=윤형권 기자

국산 홍가리비는 껍질이 분홍색이다. 일본산 가리비는 껍질이 흰색이고 크기가 홍가리비보다 크다. 보령 천북굴단지 내 식당은 국산 홍가리비만 판매한다. 보령=윤형권 기자

겨울에 보령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데에는 스케이트장 때문만은 아니다.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굴이 나는 천북굴단지도 한몫한다. 보령시 관계자는 “대천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20km가량 떨어진 곳”이라며 “86개의 굴 요리 전문 식당들이 전국의 식도락가들을 겨울의 보령으로 유혹한다”고 말했다. 천북굴은 다른 바다에서 나는 굴보다 달콤하고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이 피부미용에도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인기를 끈다. 천북굴은 내륙 깊숙이 들어온 천수만에서 채취한다. 천북굴단지에서 판매되는 국산 홍가리비. 껍질이 백색인 일본 가리비와 구분된다.

조행성(46) 천북굴단지 상인회장은 “천수만 주변 산에서 내려온 내륙의 깨끗한 물 때문에 천수만의 염도는 낮고 이 때문에 천북굴은 덜 짜고 달콤하다”며 “1년엔 1,000톤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굴”이라고 말했다. 이 중 7할이 천북굴단지에서는 소비된다. 이밖에 천북굴단지에서 판매하는 100% 국내산 홍가리비도 인기다. 껍질이 붉은 홍가리비는 백색의 일본산 가리비와 한눈에 구분된다.

보령시 관계자는 “천북굴단지에서 오천항, 충청수영성으로 이어지는 '서해랑길' 62코스 등의 인기도 높다”며 “여름철 해수욕, 머드축제로 익히 알려진 보령이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즐길 거리와 먹거리가 더해지면서 서해 겨울 관광지로도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수영성은 서해로 침입하는 왜적을 막기 위해 1509년(조선 중종)에 돌로 쌓은 성으로 외곽 둘레 1,650m의 성이다. 수영성에는 화강석으로 다듬어 쌓은 망화문, 흉년 때 곡식을 나눠 주던 진휼청과 영보정이 보존되어 있다. 다산 정약용과 백사 이항복은 영보정을 '조선 최고의 정자'로 꼽기도 했다.



.


윤형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