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새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20%, 3억 원을 초과할 경우 25%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준비 미비 등을 이유로 여야가 합의해 올해까지 2년간 유예된 상태다.
시행도 안 한 금투세 폐지는 지난해 연말 정부가 기습적으로 주식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여 사실상 ‘대주주 양도세’를 완화했을 때부터 예상된 것이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만 완화하고 금투세를 그대로 둔다면, 그 완화 효과는 금투세 시행 전까지 1년 간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 대주주 과세는 완화하면서,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개인투자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주주 양도세 완화는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는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했으나, 금투세 폐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야 합의 없이 정부 일방으로 추진하면 법안 도입을 주도해온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결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금투세 폐지 약속은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가능한 점에서 총선용이란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대주주 양도세 완화로 과세 대상(주식 보유 기준)이 1만3,000여 명에서 4,000명 선으로 줄어든다면, 금투세가 폐지되면 15만 명이 세금을 안 내도 된다. 1,400만 명에 달하는 주식투자자도 환영할 소식이다. 그러나 세수 결손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 자세라고 볼 수도 없다.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로 거둔 세금이 7조 원 가까이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증시의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에 비해 주식이 저평가된 원인은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보다는 증시 관련 규제의 불투명과 비일관성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합의해 시행 시기를 정한 금투세를 뒤집는 것 역시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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