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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는 이유

입력
2024.01.02 19:00
26면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가 되면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의 성적표가 숫자로 집계되곤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 신년사에도 숫자가 있었다. "핵심 취업 연령대인 20대 후반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1월에서 11월까지 평균 72.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희망이 가득한 신년사는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내가 봤던 작년 뉴스에선 사회 활동을 포기한 고립·은둔 청년의 수가 54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의 75%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전세 사기'로 고통받는 친구들의 근황을 심심찮게 접했다. 전세 사기를 겪었거나 해결하고 있다는 친구들이 적어도 대여섯 명은 됐다. 뉴스에 나온 사건의 피해자가 내 주변에 이토록 흔하게 있는 경험은 처음이라 희한했다. 전세 사기 평균 피해액은 1인당 1억1,073만 원. 사실상 혼자 사는 전셋집을 마련하기 위해 월급을 쪼개서 모은 돈을 투자한 청년 인구가 피해자의 대다수인 셈이다. 정치인에게 이 금액이 어떻게 보일까? '겨우 1억 원' 정도로 자살하는 이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묻고 싶었다. 결혼보다 커리어 상승을 택하고 똑똑하게 부동산 투자를 선택하는 'MZ세대'가 있다면, 그 반대쪽에는 더 많은 숫자의 청년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2023년 한국에 살면서 죽음이 계속 눈에 밟혔다. 젊은이가 죽는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율이 1위를 기록한 지는 오래됐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20대의 관련 비율은 2017년 10만 명당 16.4명에서 2021년 23.5명으로 늘어났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1위다. 다른 세대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암인데 말이다. 일터에서 죽는다. 2023년 중대재해 사망자는 500명 중후반대로 역대 가장 낮은 수를 기록할 거라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크다. 하지만 추락사가 많다는 건 기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죽음이 많다는 걸 상기시킨다.

낯선 죽음도 마주했다. 작년 날씨는 예측할 수 없이 극단을 오갔다. 폭우로 인해 오송 지하차도에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 사회가 기후 재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학교 폭력 사건을 조사하다가 죽음을 선택한 서이초 교사 사건, 폭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 상병 사건은 충분하게 해명되길 기다리고 있는 죽음이다. 죽음으로 집계되지 않는 죽음도 있다.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들은 2023년 서울에서 홈리스 404명의 추모식을 치렀다고 했다. 하지만 공식 사망 집계가 없어 정확한 수와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당연히 대책도 만들기 어렵다.

새해 벽두부터 굳이 죽는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들이 왜 죽어가고 있는지가 정치가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2024년의 다짐으로 민생을 외쳤다. 민생에는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라는 의미와 함께 '생명을 가진 백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국민의 생명을 잃게 하는 정치 대신 생명을 지키는 현장에 있는 정치를 보고 싶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거나 죽어간다. 비유가 아니라 사실로 그렇기 때문이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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