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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짭짤한 소금빵·부드러운 구름 케이크...빵 소비대국 美 홀린 한국식 '빵 백화점'

입력
2024.01.03 16:00
수정
2024.01.03 17: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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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한식의 완성' 꿈
미국서 역대 최대 실적 낸 CJ푸드빌 뚜레쥬르

지난달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의 뚜레쥬르 매장에서 단골인 빅토리아(24)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소금빵을 소개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지난달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의 뚜레쥬르 매장에서 단골인 빅토리아(24)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소금빵을 소개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지난달 20일 오전 8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30분 떨어진 세리토스의 뚜레쥬르 매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 커피와 빵을 즐기러 온 손님들로 활기가 넘쳤다. 매대에는 갖가지 빵이 담겨 있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위글위글(wiggle wiggle)'과 협업한 컬래버 케이크 등 다양한 제품도 보였다. 출근 전 들렀다는 단골 빅토리아(24)는 소금빵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첫선을 보인 이 빵은 동네 큰 베이커리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는 "이곳 빵은 적당히 달고 품질도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매출 40% 오른 뚜레쥬르..."스타벅스보다 매출 높다"

지난달 2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의 뚜레쥬르 매장 전경.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종류의 빵들과 케이크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박소영기자

지난달 2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의 뚜레쥬르 매장 전경.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종류의 빵들과 케이크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박소영기자


이곳에서 만난 안헌수 CJ푸드빌 미국 법인장은 "2023년 뚜레쥬르가 미국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며 활짝 웃었다. 2004년 미국에 진출, 2012년 가맹 사업을 시작해 2018년부터 흑자로 전환한 뒤 2023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는 것. 안 법인장은 "전년 대비 매출이 40%나 성장했다"며 "매출로 보면 미국 스타벅스의 하루 평균보다 뚜레쥬르가 훨씬 높고 하루에 1,000만 원 이상 파는 점포가 전체의 15%가량을 차지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영업 이익률도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제빵 분야 영업 이익률이 보통 10%를 넘기 힘든 것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 수치다. 안 법인장은 "2023년까지 미국 26개 주에 110개 매장이 문을 열었고 2024년에도 40개 정도 더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식사용 빵 마트에서 사먹는 미국... '빵 백화점'으로 승부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첼시 지역의 유기농 식품 마트인 홀푸드 매장의 빵 매대. 박소영기자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첼시 지역의 유기농 식품 마트인 홀푸드 매장의 빵 매대. 박소영기자


쌀을 주식(主食)으로 하는 나라에서 만든 제빵 브랜드 뚜레쥬르가 빵의 나라 미국에서 왜 이렇게 잘나갈까. 회사 측은 미국에서 오랜 세월 굳어온 빵 구매 패턴을 꼽았다. 여전히 많은 미국인이 공장에서 만든 빵을 마트에서 사 먹고 도넛이나 베이글 전문점은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빵을 한꺼번에 다루는 '빵 백화점'은 없었다는 것이다.

'베이커리 카페' 카테고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안 법인장은 "미국에 2,200개 점포를 갖고 있는 파네라가 베이커리 1위 브랜드인데 1970년대에 빵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샐러드, 샌드위치 등 식사류 위주이고 브랜드 이미지가 오래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빵을 매장에서 생지를 구워 신선하게 제공하고 판매대에 펼쳐놓고 손님이 직접 고를 수 있는 한국식 빵집은 미국에서도 신선하면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카페형으로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커피 원두도 신경 쓰는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매일 DHL로 전국 뚜레쥬르 매장에 직접 보내 일정한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빵 맛도 차별화 포인트다. 뚜레쥬르의 매출 중 34%라는 압도적 비중은 케이크의 몫이다. 특히 생크림 케이크가 이곳에서는 구름같이 부드럽고 폭신하다 해서 '클라우드 케이크(cloud cake)'라 불리며 인기가 높다.

안 법인장은 "미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마트 케이크는 식물성 크림을 쓰는데 질감이 시루떡처럼 퍽퍽하고 너무 달고 칼로리도 높은 편"이라며 "우리 케이크는 부드럽고 당도도 알맞아 선물로 사가기 좋아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치 고로케' 등 짠맛의 K베이커리도 인기

지난달 2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의 뚜레쥬르 매장 전경.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종류의 빵들과 케이크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박소영기자

지난달 2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의 뚜레쥬르 매장 전경.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종류의 빵들과 케이크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박소영기자


미국 진출 초기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던 뚜레쥬르는 제품 현지화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특히 애매한 퓨전보다는 한국 뚜레쥬르에서 파는 것과 같은 한국 빵(K베이커리)과 크루아상같이 현지에서 익숙한 빵으로 나눠 함께 판매했다. 뚜레쥬르의 빵 종류 중 K베이커리가 60%가량을 차지한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김치 고로케가 뜻밖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짠맛의 빵을 좋아하는 취향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부 제품을 캘리포니아주 생산 시설에서 직접 만드는 뚜레쥬르는 2025년 연말부터 남부 조지아주 공장에서 연간 1억 개의 빵을 만들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2021년까지 물류 사태로 점포 주문 물량을 맞추지 못해 고생한 뒤 내린 결정이다.

안 법인장은 "조지아주는 항구가 있고 주 정부에서도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현대차, 기아, SK 등이 공장을 갖고 있는 조지아주에 한국 식품 기업이 자리를 잡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뚜레쥬르는 이곳 공장을 통해 한국에서 수입하는 생지 비중을 30~40% 선으로 낮출 예정이다. 안 법인장은 "조지아 공장의 생산량은 500개 점포의 물량을 맞출 정도"라며 "첫 번째 공장을 완공한 후 2030년까지 1,000개 점포에 걸맞은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 공장 증설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세리토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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