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새해에도 '시총 1위' 지킬까... 비전 프로에 달린 미래

입력
2024.01.02 05: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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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선보이는 애플 주요 신제품
흥행 땐 '시총 4억 달러' 가능할 수도

지난해 6월 5일 미국 실리콘밸리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9년 만의 주요 신제품인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소개하고 있다. 쿠퍼티노=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6월 5일 미국 실리콘밸리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9년 만의 주요 신제품인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소개하고 있다. 쿠퍼티노=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기업.' 10년 가까이 애플을 수식해 온 말이다. 주가 변동에 따라 가끔 밀려난 적이 있긴 해도, 애플은 2013년부터 줄곧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바꾼 아이폰의 등장과 아이패드·애플워치 등의 예외 없는 성공 덕이다.

천하의 애플이지만, 2022년은 유독 위태로웠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저우 아이폰 공장 폐쇄 사태로 제품 공급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한 해를 시작했다. 또 중국 중앙정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 금지령이 내려지며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지위에 큰 균열이 생겼다. 작년 말에는 애플워치 신제품(애플워치 시리즈9, 울트라2)이 공개 석 달 만에 타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수입을 금지당했다가 법원에 의해 일시 구제되기도 했다. 애플워치 판매 중지 기간이 단 하루에 그치긴 했으나, 바로 그 24시간 동안 애플은 1억3,50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모건스탠리는 추정했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년 대비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4분기 연속 매출 감소로,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22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다.

2022년 한 해 동안 애플 주가는 약 49% 상승했다. 나스닥 평균 상승률(44%)을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애플의 상승률은 연초 대비 200% 안팎 뛰어오른 엔비디아·테슬라·메타 등 다른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들에 비하면 작았다고 미 경제매체 CNBC 등은 짚었다. 이 때문에 10년간 지켜 온 시총 1위 자리도 인공지능(AI) 붐을 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줄 가능성이 생겼다. 현재 MS의 시총은 약 2조7,900억 달러로, 이보다 2,000억 달러 많은 애플을 바짝 추격 중이다.

애플 입장에선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출시되는 주요 신제품 '비전 프로'의 성공이 그래서 중요하다. 다만 에릭 우드링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당장 올해 흥행보다는 장기적인 잠재력을 입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전 프로 실적에 따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운명도 달라질 공산이 크다. 비전 프로는 쿡 CEO 체제에서 나오는 신제품 중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 그가 적잖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출시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전 프로가 시장의 회의적 시각을 딛고 성공할 땐 애플 시총이 사상 처음으로 '4조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애플 시총은 지난해 7월 3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 기록은 지금도 애플만이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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