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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뛰고, 할인 찾고, 무료 기웃... 새해 첫날부터 분주한 '고물가'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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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보다 품삯을 더 많이 주는데 일해야죠."
1일 오전 7시 경기 용인시 수인분당선 기흥역 앞. 아직 새해 첫 동이 트기도 전이지만 직장인 원모(50)씨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맸다. 역 앞엔 원씨 말고도 단기 근무 지원자 5명이 운동복 차림으로 물류센터 통근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공휴일마다 물류 아르바이트로 '투잡'을 뛴다는 원씨는 "올해 딸이 고3이 되는데, 학원비가 부담이 돼 살림에 보탬이 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물가는 작년보다 30% 올랐는데, 제자리인 벌이"가 그를 새해 벽두부터 집 밖으로 불러낸 이유다.
청룡의 해가 밝았건만 계속되는 고물가로 서민들의 주름살은 좀처럼 펴질 줄 모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년 100 기준)로 전년보다 3.6% 올랐다. 2년 연속 물가가 3% 이상 오른 건 2003~2004년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
치솟는 물가에 덕담을 나누고 1년을 설계할 첫날부터 단기 아르바이트 등에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또 다른 아르바이트 지원자 강모(26)씨는 "요새는 물류센터 단기 일자리가 인기라 지원해도 떨어질 때가 있다"며 "오전 조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 돈을 벌려고 아침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탓인지 마트 등도 다양한 할인 행사를 찾는 시민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이날 오전 '신선·가공식품 50% 할인 행사'가 진행된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앞에선 100명 넘는 손님이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주부 양정옥(72)씨는 "예전엔 일주일에 두세 번 장을 보곤 했는데,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2주에 한 번꼴로 할인을 많이 할 때만 마트에 온다"며 "마침 오늘 한우가 50% 할인이라 방문했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 일부 입장 고객에게 무료 음료를 준다는 카페에도 긴 대기줄이 섰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카페에는 개장 1시간 전인 오전 6시부터 선착순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문모(65)씨는 "불경기에 이런 무료제공 이벤트가 그래도 활력을 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비싼 티켓 없이도 하루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무료 시설 역시 인파로 붐볐다. 입장료가 공짜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눈썰매장에는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이미 정원이 차 200여 명이 대기하는 진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섯 살 손주와 눈썰매장을 찾은 60대 박모씨는 "온 가족이 스키장 같은 레저시설을 이용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비슷한 놀거리에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2024년에도 굳게 닫힌 시민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전망을 통해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해 상품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년(1.9%)과 유사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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