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채용 특혜는 재량행위 아니다"... LG전자 인사 임원 유죄 확정

입력
2023.12.31 12:06
수정
2023.12.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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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모습. 연합뉴스

사기업 인사 책임자가 다른 임직원의 부탁을 받고 합격선에 들지 못한 직원을 자의적으로 합격 처리했다면, 이를 기업의 '재량행위'로 볼 게 아니라 기업 채용업무를 방해한 '범죄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LG전자 전직 임원 박모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LG전자 인사업무 총괄 담당자였던 박씨는 2014년과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임직원 등의 청탁을 받고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실무 직원들은 박씨 지시에 따라 합격선에 들지 못한 지원자 2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와 인사 담당자들이 청탁을 받고 합격시킨 지원자 중에는 LG전자의 한 생산그룹장 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씨는 이런 인사 청탁을 다루기 위해 '채용청탁 관리 방안'을 만들도록 지시했는데, 이를 통해 청탁 대상자들을 '관리대상(GD)'이라는 목록으로 별도 관리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 측은 이런 행위가 사기업의 '재량'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란 취지다. 기업에 도움이 될 인재를 선발한 것이므로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박씨의 행위가 정당한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인사 결정권자인 박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공동정범임이 인정된다"며 "(그의 행위가) 사회에 큰 허탈감과 분노를 줬다"고 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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