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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밥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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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잘 먹고 다니지?" 연말을 맞아서 소식이 뜸하던 지인들과 안부 인사를 전한다. 밥은 넓은 의미로는 식사를 뜻하고, 좁은 의미로는 쌀을 비롯한 곡식으로 만든 밥을 가리킨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밥을 먹었냐는 인사로 대신하곤 한다. '한솥밥'을 먹던 막역한 사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인에게 밥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예로부터 쌀밥을 주식으로 삼고 나머지 반찬을 부식으로 하는 주부식 문화를 이어왔다. 반찬으로 그 어떤 산해진미가 나오더라도 하얀 쌀밥보다 앞자리에 위치할 수는 없었다. 밥상 위에는 쉽게 깨뜨릴 수 없는 절대적인 서열이 존재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하얀 쌀밥은 굉장히 귀한 음식으로 여겨졌다. '진지'라는 단어는 밥의 높임말인데, 이를 보면 밥을 음식을 넘어 하나의 인격체로 여긴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쌀밥을 '옥식' 또는 '옥미'라고 표현했다. 쌀을 옥에 비유한 단어로, 맛있지만 그만큼 먹기 어려운 귀한 음식임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쌀밥을 '이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이팝나무에 달린 꽃이 흰쌀밥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씨의 밥'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에 벼슬 정도는 해야 국왕(이씨)이 주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이 외에도 임금의 밥상에 올리는 '수라' 또는 제사상에 올리는 '메' 등 밥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 왔다.
쌀밥 한 그릇에 담긴 의미
먹기 어려운 음식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권력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태종 김춘추의 하루 식사량이 쌀 세 말, 수꿩 아홉 마리였다고 한다. 쌀 한 말이 8㎏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양의 식사량이다. 이후 백제가 멸망하여 나라 사정이 어려워진 뒤에도 그의 식사량은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꿩 열 마리라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이 비현실적인 식사량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고대 사회에서 쌀밥의 식사량은 곧 권력이자 힘의 상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을 통일하여 가장 힘이 강력했던 태종의 권력을 쌀밥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에 반해 잡곡밥 구경조차 힘든 서민들은 따끈따끈한 하얀 쌀밥을 먹어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쌀을 밟으면 발이 비뚤어진다", "쌀을 날리면 남편이 바람난다"라는 속담을 보면 그 당시 서민들이 쌀에 대해 두려움과 외경심까지 갖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쌀밥 한 그릇에는 가진 자의 권력과 서민들의 설움이 뒤엉켜 우리 민족의 근간이 되어왔다.
밥심으로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연말을 맞아 '소고기 양배추 덮밥'을 추천하고 싶다. 부드러운 양배추와 든든한 소고기가 어우러진 한 그릇 요리이다. 연말을 맞아 술과 자극적인 음식으로 부대끼는 속을 편안하게 가라앉혀준다. 소고기에 전분가루를 묻혀 구운 뒤 양배추와 함께 달짝지근한 간장 소스(간장 1큰술, 굴소스 0.5큰술, 다진 마늘 0.5큰술, 청주 3큰술, 설탕 0.5큰술, 후추 약간, 물 300㎖)에 졸인다. 여기서 포인트는 전분가루다. 소고기 표면에 쫀득한 식감을 더해준다. 물론 소고기 자체만으로도 고급스러운 식재료지만, 전분가루를 묻히는 과정이 없다면 그저 평범한 소고기 덮밥이 될 테니 잊지 말고 묻혀 보길 권한다. 하얀 쌀밥과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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