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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구 차례"... 태영건설발 'PF 폭탄' 터지나, 업계 초긴장

입력
2023.12.29 04:30
수정
2023.12.29 11: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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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보증에 발목 잡힌 태영건설
"비단 태영건설만의 문제 아냐"
건설사 PF보증 45%가 부실 위험

28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연합뉴스

28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연합뉴스

도급 순위 16위의 1군 건설사 태영건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28일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자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보증 여파로 40여 곳의 건설사가 일제히 문을 닫은 줄도산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태영건설만의 문제 아냐"

위기의 태영건설

위기의 태영건설

태영건설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보도자료를 내고 "PF 우발채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산업은행으로부터 부실 징후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채권단 신용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회사는 일정 기한 안에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한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이 강제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고는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태영건설 운명은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태영그룹은 그룹 알짜 계열사 매각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영그룹에선 태영건설 외 자산가치 4조 원에 이르는 환경기업 에코비트와 방송사 SBS가 주요 계열사로 꼽히는데, 시장에선 에코비트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건설업계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건설업계 고위 임원은 "지주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회사도 한순간에 무너지는데 그렇지 못한 건설사들은 지금의 PF 위기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결코 태영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사 PF 보증 27조.. 45%가 미착공

PF는 아파트·주상복합 등을 짓고 미래에 들어올 분양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리는 금융기법이다. 다만 대출을 받는 주체는 전문 시행사 또는 재건축 조합 등이지만, 건설사(공사 수주)도 리스크를 어느 정도 떠안는다. 금융사가 건설사에 일종의 연대보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형태는 연대보증, 채무 인수, 책임분양처럼 다양하다. 사업이 잘 안 풀려 시행사가 제때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건설사가 대신 빚을 떠안거나 설령 공사비를 못 받아도 건물을 100% 완공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처럼 건설사가 서명한 PF 보증서는 어느 순간 빚으로 바뀔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우발채무인 셈이다. 태영건설 역시 3조5,000억 원에 이르는 PF 보증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KIS 투자등급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15곳의 PF 보증 규모는 27조7,000억 원으로 2020년(16조1,000억 원)보다 72% 급증했다. 이 중 부실 위험이 큰 미착공 도급 사업장에 물린 보증 금액이 45%인 12조7,000억 원에 이른다. 시공을 수주한 건설사가 PF 연대보증을 제공한 경우다.

보통 시행사나 조합은 PF 대출채권 자산을 기초로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만기가 다가오면 새로 어음을 발행해 기존 어음을 상환(차환)한다. 건설사는 어음 발행 과정에서 신용보강을 위해 '자금보충 또는 조건부 채무인수약정'을 맺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착공 사업장은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터라 요즘처럼 원자잿값 급등, 분양 경기 부진 등이 겹치면 사업성이 떨어져 시행사는 차환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리스크는 고스란히 건설사로 넘어간다. 태영건설 역시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상당수 어음을 직접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급증했다. 이날 금융당국이 건설사 발행 회사채와 건설사 보증 기반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PF 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그럼에도 고금리 여파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 대형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는 회사채 등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 PF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이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 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들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F 문제가 해결되려면 금리가 낮아지고 건설시장이 좋아져 사업 진척이 빨라져야 하는데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사 사례가 더 나올 수 있지만 일부 기업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건설산업이 위기에 빠지진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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