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책 이상의 책...고품격 종이책의 가능성을 구현"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심사평]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상에서 편집 부문은 단연 문제적 부문이다. 편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심사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편집이란 무엇인가? 이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고약한 분야다. 편집은 출판 기획부터 장정(裝幀), 본문 짜임새까지, 그러니까 책의 의미와 물질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아!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심사평가하라는 말인가.
'곤충의 짝짓기'는 곤충 분야의 독보적 연구자이자 탁월한 자연과학 스토리텔러인 저자, 그리고 자연생태 분야에서 개척자적 기획·편집 역량을 펼쳐 온 출판사가 만난 수작이다. '한국전쟁의 기원'은 미국에서 제1권이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는 43년 만, 제2권이 나온 1990년으로부터는 34년 만에야 완역되었다. 완정(完整)한 번역서 출간의 의미가 심장하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마지막까지 붙잡은 책은 두 권이다. '경성백화점 상품 박물지'와 '오뇌의 무도 주해'. '경성백화점 상품 박물지'는 책이 다루는 시대의 분위기와 주제의 디테일을 본문 편집과 전체적인 디자인을 통해 오롯이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텍스트와 도판의 어우러짐이 과함과 모자람의 경계를 지켜주었다.
우리 문학사 최초기 근대식 시집이자 번역시집 주해·연구서 '오뇌의 무도 주해'가 압도적이었다. 시장에서 적당한 가격에 팔리는 상품으로서의 책 그 이상의 책이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종이책이 구현할 수 있는 고품격 실물로 보여주었다. 26년 동안 한국 학술출판에 기여해 온 소명출판의 두터운 공업이 아니면 시도하기 힘든 책이다.
김완선, 백지영, 박정현, 신효범, 이소라, 엄정화, 장혜진, 이은미, 보아, 장필순.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심사는 이 가수들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하는 일과 마찬가지였다. 선정되지 아니한 9명의 가수들이 선정된 가수보다 모자란 가수들인가? 그럴 리 없다. 마지막 심사 대상에 오른 '올해의 편집' 부문 10권을 만든 편집자·출판사에 경의를 드린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