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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는 맛'으로 미국 홀린 K베이커리...제과·주류도 해외서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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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미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음식은 다름 아닌 한국의 '냉동김밥'이었다. 지난해 8월 한 한국계 크리에이터가 현지 식료품점에서 산 냉동김밥을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공개하자 난리가 났다. 한국의 중소 제조사 (주)올곧이 만든 이 김밥은 큰 인기를 얻어 이 제품을 팔던 미국 유통 체인 '트레이더조' 매장에서 한때 품절대란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대박이 나자 한국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며 구매 열기가 이어지는 특이한 일도 일어났다.
# 최근 한국식 베이커리에서 파는 생크림 케이크도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에서 파는 케이크는 대체로 모양이 투박하고 묵직한데 한국식 케이크는 폭신하고 부드러운 맛에 디자인도 다채로워 이색 케이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해외 시장에서 내실을 다져온 국내 식품회사들이 K푸드 열풍을 타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교민이 아닌 현지인 중심의 주류 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던 제품까지 한류 열풍을 타고 재평가를 받으며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해외 영토를 넓히고 있다.
가장 바삐 움직이는 건 한국식 베이커리 회사들이다. 미국에서만 파리바게뜨는 150여 개, 뚜레쥬르는 100여 개 점포를 운영하며 출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매출도 크게 뛰어 뚜레쥬르는 2018년 북미 시장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22년까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50%, 250% 뛰어올랐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 한국식 베이커리가 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선택지였다. 미국 현지 베이커리는 주로 한두 가지 먹을거리를 다루는 반면 한국식 베이커리는 식사 대용 빵부터 디저트, 케이크까지 많게는 수백 가지 빵을 살 수 있다. 자유롭게 빵을 골라 갈 수 있게 매장 가운데 진열대를 놓은 것도 효과를 봤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400가지 넘는 빵을 제공하는 다(多)제품 전략이 미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켰다"며 "이에 힘입어 최근 2년 동안 새로 문을 연 매장의 현지인 고객 비중은 70%까지 올랐다"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해외에서 존재감을 키워 온 국내 제과업계에선 올해 인도에서 벌어질 오리온과 롯데웰푸드의 초코파이 전쟁이 큰 관심거리다. 인도 초코파이시장은 롯데웰푸드가 점유율 80%로 먼저 시장을 선점한 분위기다. 회사는 최근 첸나이 공장에 약 300억 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 라인을 추가로 깔았다. 롯데웰푸드는 애초 현지 2개 공장에서 초코파이를 만들었는데 평균 가동률이 2022년 기준 약 104%를 넘기자 제3라인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초코파이 생산량이 늘면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현지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20% 증가한 800억 원으로 잡았다.
오리온은 인도 라자스탄주에 설립한 공장에서 2021년부터 초코파이를 생산하고 있다. 오리온은 꾸준히 딸기 맛, 망고 맛 초코파이 등을 출시해 새로운 맛이 시장에 자리 잡자 지난해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올 1분기 내 본격적으로 추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소주도 달달한 과일소주를 즐기는 미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매년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2022년 연간 소주 수출액은 1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6.4%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년 대비 82.4%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전체 수출국에서 현지인의 음용 비율도 2016년 30.6%에서 2020년 68.8%로 올라 주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 레드불스와 손잡고 경기장에 광고를 띄우는 등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출에 소극적이었던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조직 개편에서 글로벌신사업 담당을 새로 만들고 해외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
그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않다가 주목을 받는 K푸드들도 있다. 올곧은 냉동김밥의 수출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5~10월 올곧의 수출 실적은 약 9만 달러로 전체 생산량의 95%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수출이 어려웠던 2022, 2023년 초콜릿 및 초콜릿 과자 수출액이 45만8,964달러에서 101만2,026달러로 120% 가까이 뛰었다. 김유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모스크바지사 대리는 "전쟁 발발 후 많은 서방 식품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며 "러시아는 아시아 등 제3국과 교역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가격, 품질, 물류 이점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제품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서는 만두, 호주에선 빵이 뜨고 있다. aT에 따르면 만두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70%, 빵류는 20%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전통차 문화를 즐기는 일본에서는 한국의 차류 수출액이 42.3% 증가하기도 했다. '겨울 왕국' 캐나다인들은 아이스크림을 즐겨 찾아 같은기간 아이스크림 수출액이 30% 올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호기심에 한 번 사보는 게 아니라 현지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재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과거 한류열풍과 다른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큰돈을 들여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현지 생산 라인을 늘려도 될 만큼 현지인들로부터 선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많은 식품회사들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 해외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약 1,000억 원을 투입해 제3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현재 운영 중인 호찌민 미푹 공장은 기존 생산동을 증축해 쌀과자 등 5개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 하이트진로도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베트남에 해외 첫 소주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뚜레쥬르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1억 개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춘 미국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며 오뚜기, 농심 등도 미국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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