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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배우의 사망… 구시대 수사 관행이 부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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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세 번째 공개 소환돼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은 지 사흘 만이다. 경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했지만, 수사를 2개월 넘게 끌어오며 공개적으로 돌팔매질을 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K팝 스타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역시 제보 단계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해 놓고 두 달 만에 무혐의 처리했다. 연예인이 공인이라 해도 지켜줘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 있다.
이씨의 마약 투약 혐의가 처음 알려진 것은 10월 19일 경찰의 내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였다. 이후 경찰은 이씨를 세 차례나 공개 소환했지만 공갈범 등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에서도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며 범행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성탄절 이브인 24일 새벽까지 진행된 3차 조사 후 그는 변호인을 통해 누구 말이 맞는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백을 주장하던 이씨는 하루 뒤인 어제 목숨을 끊었다.
권지용씨가 무혐의 처리된 데 이어 이씨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경찰의 구시대적인 수사 관행은 그냥 덮고 갈 사안이 아니다. 증거와 진술 확보가 관건인 마약 수사는 다른 사건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내사 단계에서 언론에 피의 사실을 흘리고, 수사를 질질 끌면서 여러 차례 공개 소환으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정권에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기획한 사건 아니냐는 일각의 억측에도 할 말이 없게 된 것 아닌가.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 측은 “모든 조사는 피의자 동의를 받아 진행했으며 두 달이면 신속히 진행한 편”이라고 면피성 해명만 했다. 권씨 무혐의 종결 후에도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제보가 구체적이었다”며 2차 가해까지 했다. 누군가 책임을 지기는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는 게 개탄스럽다. 클릭 수 장사에 혈안이 돼 인격을 난도질하는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낸 유튜브 채널이나 언론 또한 이 비극적 결말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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