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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재와 분노의 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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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아파트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성탄절 꼭두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아파트 아랫집에서 불길이 치솟자 7개월 된 딸을 품에 안은 채 뛰어내리다가 숨진 30대 아빠의 사연이 많은 이를 먹먹하게 한 데 이어 27일에도 경기 수원시 아파트에서 불이 나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방학동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3층 방 안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와 라이터는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 이런 화재의 위험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1991년 개봉된 ‘분노의 역류’(원제:백드래프트 Backdraft)다. 폐쇄된 공간에서 불이 나면 얼마 후 산소 부족으로 불꽃이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 갑자기 문을 열면 산소가 일시에 공급되며 순간적으로 큰 폭발과 화염이 일어나는 걸 백드래프트라 한다. 화재를 진압하러 들어간 소방관이 오히려 희생될 수도 있다. 불이 났을 때 함부로 문을 열어선 안 되는 이유다. 화재가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방화문은 꼭 닫아둬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 화재 현장의 가구나 이불 등이 타면서 천장으로 모인 가스가 발화점을 넘는 순간 한꺼번에 맹렬한 불로 타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플래시오버(Flashover)도 ‘살아있는 불’의 예측불가성을 보여준다. 사실 작은 방에서 난 불이 더 큰 피해를 부르곤 한다. 지난해 주택 화재 발생 장소는 주방(3,927건) 침실(1,188건) 거실(1,018건) 순으로 많았지만 사망 피해는 침실(85명) 거실(43명) 주방(25명) 순으로 컸다.
□ 만약 같은 아파트 다른 집에서 불이 났다면 무작정 대피할 게 아니라 화염과 연기 확산 등을 살핀 뒤 대피법을 달리 선택해야 한다. 아파트 화재는 다른 층으로 번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집에 있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다. 방학동 아파트 11층 비상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또 다른 희생자처럼 실제로 아파트 화재 시 인명 피해의 40%는 대피 중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도 지난달부터 이런 새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을 배포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예방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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