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특검에 즉답 피해... 대통령실과는 "동반자 관계"

입력
2023.12.27 04:30
3면
구독

당내선 "윤 대통령 내외 모욕 목적" 비난 봇물
28일 본회의 앞두고 '보완책' 고민할 듯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26일 최대 관심은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쏠렸다. 당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꾸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악법'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즉답을 피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를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라고 하는 것이 옳다"며 우호적인 발언에 치중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넘어서야 할 첫 관문인 특검법을 신중하게 다루려는 취지이겠지만, 거친 언사로 야당을 직격한 것에 비해 민감한 현안에는 입장이 불분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법은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한동훈 "특검은 악법" 재차 강조... 대응법 언급은 피해

한 위원장은 이날 특검법에 대해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이후 진행된 취재진과 문답에서다. 이어 대응법과 관련 "원내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고 논의하겠다"며 "논의된 내용에 대해 책임 있게 발언을 드리고 그걸 과감하게 실천하겠다"고만 말했다. 법무부 장관이던 19일 강조한 '악법 프레임'을 유지하되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것이다.

당정관계의 변화에 대한 발언도 없었다. 한 위원장은 "여당과 정부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는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하는 기관"이라며 "수직적이니, 수평적이니 얘기가 나올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서로 보완하고 동반자적인 관계이지, 누가 누구를 누르고 막고 이런 식의 사극에나 나올 법한 궁중암투는 이 관계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면 되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할 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대통령실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칠 정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장을 발표한 후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미소를 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장을 발표한 후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미소를 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당내에선 특검과 관련해 일단 '시간 벌기'를 택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미룬 것"이라며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더불어민주당 반응 등을 보면서 섬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특검에 대한 여권의 부정적인 여론 △특검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 △'김 여사 호위무사'라는 야권 프레임 등을 놓고 효과적 대응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재옥 "윤 대통령 내외 모욕 목적"... 28일 분수령

반면 여권은 '특검 반대' 목소리를 키웠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검법을 '김건희 특검'이 아닌 '도이치모터스 특검법'이라고 부르며 "처음부터 총선용으로 기획된 국민주권 교란용 악법"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윤 대통령 내외를 모욕하고 이를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명확하다"면서 "민주당의 전략적 행동에 협조하거나 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 임명 등 다른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본인 의견을 전제로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당당히 응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결국 한 위원장이 28일 본회의 표결에 앞서 내놓을 대응책에 달렸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특검에 반대하는 여권 흐름에 따르되 뭔가 새로운 것을 내놓지 않겠느냐"며 "특검을 받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보완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