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운동권' 앞세워 민주당 공격 한동훈, '반성'은 한 번뿐이었다

입력
2023.12.27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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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 연설서 '이재명' 5회, '운동권' 7회
'숙주' '청산' '결탁' 거친 표현으로 野 공격
위기에 등장했는데 쇄신이나 혁신 언급 없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와 운동권 세력의 특권 청산을 맨 앞에 내세웠다. 법무부 장관 때부터 그를 여권의 대선주자 1위로 올려놓은 프레임을 여당 대표로 공식 취임한 순간 더 구체화한 것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위원장이 비상한 상황에 직면한 당을 이끌기 위해 내놓아야 할 당연한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위기를 초래한 실책들에 대한 반성에 인색했다는 점에서 한계도 노출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개딸 묶어서 공격

한 위원장의 이날 수락 연설 주요 키워드는 '이재명'(5회 언급)과 '운동권'(7회)이었다. 먼저 이 대표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을 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에 대해서도 '개딸전체주의'라는 표현을 쓰면서 결탁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재명과 개딸을 묶은 한 위원장은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 세력도 겨냥했다. 이들을 '특권세력'으로 정의한 한 위원장은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이 486, 586, 686 되도록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든다"고 비판하면서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내쳐진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줄곧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피로감을 느낀 보수층을 비롯해 중도층까지 그에게 시선을 돌린 이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야 강경 메시지는 예상된 수순이다. 선명성과 차별화를 위해 이 대표의 약점인 불체포특권을 국민의힘 공천 기준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그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며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분들은 즉시 출당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공격에 선봉에 서겠다는 한 위원장의 메시지를 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서늘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언급 안 한 쇄신이나 혁신이 한동훈호의 관건

민주당을 겨냥한 한 위원장은 새정치와 미래를 강조했다. '동료시민'이라는 단어를 10차례, '미래'를 7차례 언급했다. 정치 입문에 앞서 그가 얘기한 '여의도 문법'이 아닌 '상식적 사람들'을 위한 정치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동료시민이라는 표현을 통해 관건인 확장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날 데뷔 무대에서 새정치 시작에 필수적인 반성은 희미했다.

한 위원장이 여당 대표까지 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윤 정부의 국정운영 탓이고, 그 역시 현 정부의 실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승적 차원의 반성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를 통해 드러난 위기가 진행형이다. 이를 고려하면 선거를 이끌 당대표로서 첫 메시지로 의미 있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고리로 "상대가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반성하자"면서 "국민들이 합리적인 비판을 하면 바로 반응하고 바꾸자. 정말 달라지겠다고 약속드리자"고만 했다.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해 등장해야 할 '쇄신'이나 '혁신' 등의 표현은 없었다.

이 때문에 '한동훈 비대위' 성패 관건도 '쇄신'과 '혁신'에 달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날 "수직적 당정관계, 공천, 특검법 문제를 비롯해 한 위원장이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부·여당이 놓친 부분을 챙기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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