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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날리는 항공사 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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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OOO님의 소멸 예정 마일리지를 안내해드립니다.’ 연말 항공사에서 날아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림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이 많다. 마트나 커피숍 마일리지(쿠폰)야 언제든 사용이 용이하지만, 항공사 마일리지는 큰마음 먹어야 되는 항공권 구매가 주된 용처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인 1월 1일 소멸된단다. “유효기간이 10년인데 아직 사용 안 하고 뭐 했느냐”는 핀잔은 밥 먹듯 해외에 나가는 소수 고객들에게나 적용된다.
□국내 항공사들이 한번 적립하면 평생 사용이 가능했던 마일리지에 10년 유효기간을 도입한 건 2008년 7월 1일부터다.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민법 제162조를 준용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처음 시작된 소멸은 이듬해 멈췄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것을 감안한 조치였다. 지금까지 총 네 차례 연장 끝에 내년에는 더 이상 연장 없이 2010~11년 2년 치 사용분이 동시에 소멸된다.
□마일리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건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 구입이나 좌석 업그레이드다. 10만 원이 채 안 되는 김포-제주 항공권 구입에 5,000마일이 소요되는 반면, 200만 원이 훌쩍 넘는 인천-뉴욕 항공권은 3만5,000마일로 구입할 수 있다. 가성비가 3,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론 반발로 보류됐지만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하려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마일리지로 예약 가능한 좌석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서민들로선 마일리지 아니면 평생 이용이 어려운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은 온통 매진이다.
□고객들은 급한 마음에 항공권 외에 다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일리지몰을 둘러보지만 가성비는 현저히 떨어진다. 시중가와 비교해 보면 1마일당 6, 7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항공권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무엇보다 마일리지 사용 방법을 모르는 노인들은 항공사에 ‘봉’에 가깝다. 항공사에 전화를 걸면 1시간 안팎 대기가 기본이고 설령 전화 연결이 돼도 마일리지 소진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귀찮아서 안 쓰고, 어려워서 못 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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