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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의 물음, 시대의 울림으로 다가와" [시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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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그런 것은 아니나 많은 신춘문예 당선 시에 적용 가능한 불문율이 있다. 지나치게 길지 않아야 한다는 것, 욕이나 비속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불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우리가 김유수의 'take' 외 4편에 주목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불문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유수의 시들은 길고, 욕이 나오고, 삐딱했다. 이른바 '신춘문예용' 시와는 거리가 있었다. 원고를 옆으로 미뤄 뒀다가 앞으로 당겨와 읽기를 반복했다. 정공법으로 튼튼히 지어 올렸으나 창문 하나 열어놓지 않은 콘크리트 건물처럼 갑갑한 시들 사이에서 김유수의 시는 시원했다. 펄럭였다.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궁금하게 했다.
마음과 생활이 바닥나서 남의 집 담장이 누울 자리로 보이는 일상의 일대를, 죽음이라는 막연한 일엔 쏟을 힘조차 없으면서도 친구가 필요하다고 중얼거리는 장례의 한복판을, 시간의 타들어 감을, 실험용 쥐가 머물던 투명한 상자와 같은 기억을 통과해 마침내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결론의 발단에 도달하도록 짜인 김유수의 ‘몽타주’는 힘 있고 개성적이었다.
당선작인 'take'는 '그것'이라는 대명사의 활용만으로도 한 편의 시를 넓게 확장하고 있었다. 그것의 자리에 대신 삽입할 수 있는 '그것들'을 생각할수록 "너는 왜 나처럼 쓰레기를 줍지 않는 걸까"라는 세대의 물음이 시대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김유수의 시와 함께 마지막까지 거론된 이영서, 최기현의 시들에 관해서도 덧붙인다. 두 분의 시 역시 각자의 개성으로 고유했다. 올해가 아니었더라면, 우리가 아니었더라면, 어떤 지면에서든 곧 만날 수 있으리라 믿음을 주는 시들이었다. 이영서의 시는 담담했다. 진술과 묘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인상적인 서사를 구축할 줄 알았다. 여름-새-활주로-아스팔트-옥수수-아이들로 스멀스멀 전개되는 최기현의 표제작은 팽팽한 긴장감이 매력적이었다. 시가 뉘앙스만으로도 사건의 전모를 드러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 믿음직했다. 보통 마지막까지 경합하다 낙선하게 된 작품들에는 아쉬운 소리가 따라붙기 마련이지만 적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우리는 '시의 홀가분함'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로 했다는 것을 밝힌다.
더 많은 독자가 김유수의 시들을 만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에 기쁨을 느낀다. 어느 지면에선가 김유수의 '담장과 바닥'을, '친구 없는 삶'을, '쥐 소탕 작전'을, '결론이 구려서'를 만나게 된다면 우정 어린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신춘문예의 불문율로 시작했으니, 다시 그것과 관련된 말로 끝맺으려 한다. 시인은 "자리나 잡자고 이 거리의 쏟아짐을 목격하는 자가 아니다."
심사위원 김현(대표 집필) 박상수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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