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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이 미덕인 사회, 기꺼이 앓으며 뜨거운 숨 내뱉는 소설들로 삶 지탱"[소설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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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지만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를 소설가의 운명이 제게 선물처럼 도착했습니다. 며칠은 축하 속에서, 며칠은 몸살을 앓으며 지냈습니다. 이불 속에 웅크리고 누워 열이 오른 숨을 내쉬며 아이러니하게도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자주 아픈 제게 언젠가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몸의 신호는 다행인 것이라고. 더 나빠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거라고. 침묵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그것은 마치 소설의 역할처럼 들렸습니다. 간단히 외면하는 것이 미덕이 된 듯한 이 사회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앓으며 뜨거운 숨을 내뱉는 소설들이 지금껏 제 삶을 지탱해주었으니 말입니다.
이번 작품은 처음에는 ‘너’가, 중간 즈음엔 ‘형우’가, 마지막엔 ‘나’가 싫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들은 외면하고 싶었던, 침묵했던 저의 한 부분들이었습니다. 끝내 마주하게 된 그들을 이젠 품어보려고 합니다.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학부 시절부터 박사 과정까지 언제나 아낌없는 지도와 응원을 보내주시며 제 삶의 등불이 되어주신 신수정 지도교수님, 부족한 습작들을 꼼꼼하게 봐주시고 지지해주신 편혜영 교수님, 창작시들을 봐주신 남진우 교수님, 축하의 악수를 세 번이나 해주시며 열렬한 마음을 전해주신 박상수 교수님, 소논문 쓰는 재미를 알려주신 양근애 교수님, 먼 곳에서 흔쾌히 박사 논문을 지도해주신 두 분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소설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강의실에서 만났던,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 소설을 써온 성호와 지현,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도 크게 웃을 수 있던 학부 시절을 보낸 은하와 다영, 박사 논문을 쓰는 동안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보배 선배와 지수 선배, 광안리의 미수, 영문 번역을 도와준 류지, 내 소식에 밤새 잠들지 못했다던 유진, 대학원에서 만난 문우들, 고맙습니다.
이곳에 말하지 못한 이들은 제가 늘 마음 한 곳에 두고 지내고 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저를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고슴도치 가족, 아버지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소설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아웅다웅 싸우는 언니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께도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꿈에 자주 찾아와 주세요.
다소 상투적이지만 이보다 정직한 말을 찾을 수 없어 다음 한 줄을 남깁니다. 문학에 정진하겠습니다.
△1993년 경남 김해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 졸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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