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2주 만에 기저귀 값 2배 뛴 이 나라... "월급 받자마자 마트로 뛴다"

입력
2023.12.26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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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밀레이, 페소화 평가절하 여파
휘발유가 80% 상승...필수품 물가 폭등
"정상화 과정" 정부 해명...서민들은 분노

하비에르 밀레이(오른쪽)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0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오른쪽)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0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2주 사이 기름 값이 약 80%, 소고기 가격은 70%나 오른 나라가 있다. 새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자국 통화 가치를 50% 넘게 끌어내린 아르헨티나 얘기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정세에 접어든 세계 주요 국가와는 상황이 영 딴판이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신음하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물가 폭등에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타임스 등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하비에르 밀레이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 아르헨티나는 유례없는 '살인 물가'와 싸우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물가 폭등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물가는 지난 2월부터 세 자릿수 상승률을 찍고 있다. 지난달 이 나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1.2% 상승을 기록했다.

그런데 물가를 잡겠다던 밀레이 대통령 집권 이후 생활 물가 상승 폭은 더 심상치 않다. 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는 휘발유만 봐도 이달 초에 비해 약 80%, 애호박 같은 야채는 140%나 폭등했다. 기저귀 값도 두 배 올랐다. 비싸다고 안 살 수 없는 필수품들이다. NYT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대명사가 된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고물가에 익숙하지만, 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삶은 더 고통스러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2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도중 한 시민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현지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지난 2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도중 한 시민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현지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최근 밀레이 대통령의 페소화 가치 약 54% 평가절하 조치는 물가를 가파르게 밀어올렸다. 공식 페소 환율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을 맞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페소화 평가절하가 실질 구매력을 떨어트려 가뜩이나 악화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렇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배에 따르면 쌀, 빵, 우유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은 페소화 평가절하 일주일 만에 최대 50% 급등했다.

밀레이 정부는 이 같은 극약 처방을 물가 '정상화'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물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서민들은 분노한다. 올해 아르헨티나 연간 물가 상승률이 210%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고등학교 교사인 페르난도 곤살레스 갈리는 NYT에 "18개월 된 딸의 기저귀를 더 저렴한 것으로 바꾸고 다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월급을 받는 동시에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러 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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