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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처럼 배우는 한글 받침...쓸모없는 존재는 없어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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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음의 모양이 이렇게나 귀여웠나. 기역(ㄱ)이 땅에 인사하면 시옷(ㅅ)이 되고, 니은(ㄴ)에 책 올리면 디귿(ㄷ)이 되고, 미음(ㅁ)이 귀를 쫑긋하면 비읍(ㅂ)이 된다고 말하는 자음들의 자기 소개에 피식 웃음이 난다. 이들은 난해한 한글의 세계에서 받침 때문에 일이 꼬일 때마다 아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일명 '받침구조대'.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공동수상작 '받침구조대'를 쓴 곽미영(47) 작가는 "국어에서 가장 기초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받침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 만든 책"이라며 "한글을 배운다기보다 놀잇감처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은'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이지은(32) 그림작가는 곽 작가의 바람을 캐릭터로 풀어냈다. 그림책에는 저마다 성격과 역할이 다른 14개의 받침 캐릭터가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왜 하필 '받침'이었을까. "우연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출판사 만만한책방 대표님과 수다를 떨다 '나는 아직도 받침이 헷갈린다'는 말을 듣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어른도 어려운데 이제 한창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은 얼마나 어렵겠어요. 문득 받침들이 각자의 쓸모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받침의 다양한 변주를 다룬다. 받침 하나로 의미가 반대가 되는 상황이나, 받침을 다르게 사용해 내용을 반전시키는 재기발랄한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를 테면 아기 캥거루를 안고 있느라 허리가 아픈 캥거루 부인에게 의자에 앉으라며 '치읓'이 달려가지만 부인이 엉덩이가 찔려 아파하는 걸 보고 '앉다'라는 단어에는 '치읓'이 아니라 '지읒'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식이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판사가 출간 전에 주변에 원고를 돌리고 감상을 물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해요. 어린 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통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아이 한글 공부시킬 목적으로 샀다가 본인이 더 재밌게 읽었다는 어른들의 후기도 많아요."
책에는 두 작가의 취향과 개성이 녹아있다. 출판 편집자 출신인 곽 작가는 "비주류 정서를 좋아하다보니 책을 기획하고 소재를 찾을 때도 그런 감각을 사용하게 된다"며 "앞으로 문법의 세계에서 살짝 비껴나 있는 '띄어쓰기' '문장부호' '동음이의어'도 시리즈로 다뤄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 작가는 일러스트 회사를 다니다 작가가 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용히 그림책 작업을 해왔는데 1년 전부터는 회사를 그만두고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받침구조대는 전업작가로서 그린 첫 작품으로 그의 장기인 생동감 있는 그림체의 매력이 잘 표현됐다. "그림책의 세계가 쉽지 않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번 상은 그래서 더 뜻깊어요. 이제 한 발짝 나간 거죠."
두 사람은 현재 함께 작업한 후속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 각자 작업도 활발하다. 곽 작가는 최근 '노래 꼬리 잡으면 이야기가 시작돼!'라는 책을 펴냈고 지은 작가는 글과 이야기를 직접 쓴 그림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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