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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맞는 전쟁의 표정… 우크라는 '들뜨고', 팔레스타인은 '차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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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되새기는 성탄절이 '특별한 날'이라는 점은 전쟁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러시아 지우기' 일환으로 올해부터 성탄절 날짜를 1월 7일에서 12월 25일로 바꾼 우크라이나는 예수 탄생 축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베들레헴은 가자지구의 비극 탓에 한없이 가라앉아 있다. '두 개의 전쟁'이 서로 대비되는 '두 개의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에 '12·25 성탄절'은 올해부터 그 자체로 '러시아와의 전쟁'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함께 정교회를 믿는 국가인 만큼, 지금까진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보다 13일 늦은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 왔으나, 이를 '러시아 잔재'로 보고 지난 7월 아예 법으로 성탄절 날짜를 바꿨기 때문이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키라 루딕 우크라이나 하원 의원은 "성탄절 날짜 변경은 '유럽의 가족'으로 합류했다는 뜻"이라고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암울한 상황에서도 25일을 밝게 보내고자 했다고 우크라이나 우크린폼 등은 보도했다. 수도 키이우의 유로마이단 광장 등에는 트리를 비롯한 각종 장식도 설치됐다. 국영 철도 회사는 성탄절 행사가 포함된 열차를 운행했고, 일부 좌석표는 전사자 및 군인 자녀들에게 무료로 배포됐다. 때마침 우크라이나·러시아 포로들에게는 개전 후 처음으로 가족 등이 보낸 편지와 소포가 전달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이와 달리, 매년 성탄절이면 축제 분위기가 넘쳤던 베들레헴은 올해 애도 물결로 가득 찼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희생자가 계속 발생하는 탓이다.
WP에 따르면 예수 탄생 교회, 구유 광장 등 주요 명소에선 화려한 장식이 자취를 감췄다. 성탄 관련 행사도 거의 모두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베들레헴에 있는 한 복음주의 루터교 교회는 '가자지구 비극'을 담은 장식을 만들었다. 아기 예수가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천에 둘러싸여 부서진 콘크리트 사이에 누워 있는 형태다. 순례자와 여행자의 발길도 뚝 끊겼다.
예루살렘에서도 '과도한 행사 자제' 기류가 강했다. 이 지역 내 교회들은 성명을 통해 "성탄절의 영적 의미에 더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여정을 기린 가톨릭 총대주교 행렬(예루살렘~베들레헴)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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