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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결의안 가까스로 채택… '휴전 촉구'는 빠졌다

입력
2023.12.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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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거부권 행사 막기 위해 일부 내용 완화
유엔 사무총장 "당장 필요한 건 휴전" 호소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지난 2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가족들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너진 건물 잔해 옆에서 무릎 꿇고 앉아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지난 2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가족들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너진 건물 잔해 옆에서 무릎 꿇고 앉아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4번이나 표결을 연기한 끝에 가까스로 채택됐다. 이스라엘의 우방 미국의 반대로 결의안에는 '휴전 촉구' 문구가 빠지고, 대신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성탄절 휴전'에 대한 기대감도 옅어지고 있다.

안보리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3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기권표를 던졌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 규모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안보리는 우선 "가자지구 전역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대규모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고 촉진할 것"을 분쟁 당사자들에 요구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즉각적인 교전 중지를 촉구하던 기존 초안에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초안에는 "구호 접근을 허용하기 위한 긴급하고 지속 가능한 적대행위의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미국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최종 문구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기존 초안에는 인도주의 구호품에 대한 독점적인 감시 권한을 이스라엘이 아닌 유엔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미국의 거부로 역시 최종안에선 빠졌다. 대신 안보리는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운송을 용이하게 하고 조율·모니터링하는 유엔 인도주의·재건 조정관을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이집트 육로를 통한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전달은 이스라엘의 감시 아래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주의적 물품 전달이 필요량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전했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의 요청으로 연일 표결을 연기한 끝에 어렵게 통과됐다. 이미 앞선 두 차례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이 결의안 문구를 둘러싸고 다수 이사국과 이견을 보이면서다. 그러는 사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빗발쳤고 결국 미국이 거부하지 않을 만한 수준의 결의안이 채택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에 당장 필요한 건 휴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구호품 배분을 방해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휴전만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절박한 필요를 충족시키고 악몽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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