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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상의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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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일본 정치의 중심지인 나가타초(永田町)가 매우 어수선하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安倍派)와 당내 5위 그룹인 니카이파(二階派) 사무실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아베파는 지난해 여름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니카이파는 자민당 간사장을 역임하고 지한파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를 수장으로 하는 자민당 내 파벌 조직이다.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서 1회 20만 엔 이상 받고도 수입ㆍ지출 보고서에 단체 이름을 기재하지 않는가 하면,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그 파장이 연말 정국을 뒤흔드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국민 정서와 사회적인 상식과는 맞지 않는 정치권의 행태에 신물이 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 기업이라면 이런 주먹구구식 회계를 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아베파 장ㆍ차관을 9명이나 교체했지만, 안 그래도 하락 일로를 걷던 총리의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10%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당내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기시다파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었지만, 금액 규모에서 차이가 날 뿐 기시다파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혁신의 칼날도 예리하지 못한 듯하다. 일본 정치권에서 이와 유사한 문제는 전에도 있었다. 최근 사례로는 아베 전 총리가 지역구민에게 불법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을 꼽을 수 있다.
결국 일본 정치의 본질적인 문제는 정치인의 도덕적 해이나, 정치 자금 운영의 불투명성, 파벌 정치의 폐단만은 아닐지 모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 사회 내에 촘촘하게 형성돼 있는 '보상의 서클'이다. 일본 전문가 켄트 콜더(Kent Calder)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일본 정치권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관료들, 기업 및 산업계,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보상'을 매개로 형성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보상의 서클’(Circles of Compensation)이라 묘사했다. 이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며, 이것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분야일수록 혁신이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민당은 스스로가 중심이 돼 있는 보상의 서클을 깨고 정치 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고개가 선뜻 끄덕여지지 않는 것은 보상의 서클의 그림자가 짙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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