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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죽어도 되는 동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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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마귀, 고라니, 멧돼지, 비둘기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도심 근처에서 살거나 발견되는 야생동물이면서 동시에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는 점이다. 유해야생동물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서 환경부령이 정하는 종'이라고 정의돼 있다. 이들은 법에 규정된 야생생물과 서식지 보호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반면 합법적으로 포획이 허용된다.
이들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기준은 오로지 사람에게 주는 피해 여부다. 이들이 왜 사람이 사는 근처까지 오는지, 서식 환경에 변화는 없는지,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고려는 없다.
사람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갈등의 배경 및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현 정책의 문제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기회라도 갖자는 취지로 올 하반기부터 '위기의 도심 동물들'이라는 시리즈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 떼까마귀, 수달, 고라니, 멧돼지 편을 다뤘다.
수달과 멧돼지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또 떼까마귀와 고라니를 연구하고 기록한 전문가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공통점은 이들이 생각보다 사람 가까이에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달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산책하는 하천 옆 운동기구까지, 멧돼지는 주택가 바로 뒤 야산까지 활동 영역으로 삼고 있었다. 떼까마귀는 도심 전깃줄까지 차지했고, 고라니는 야산이나 공원뿐 아니라 도로까지 내려오고 있었다.
또 하나, 사람들은 너무 이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먼저 각 동물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때문인지 이들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충분치 않았다. 이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조차 우리는 알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획일적인 포획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라니와 멧돼지의 경우에는 이들이 입힌 피해보다 이들을 죽이기 위한 포상금 지급이 훨씬 많았다. 더욱이 멧돼지의 경우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매개체로 지목되면서 무차별 포획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데, 이는 사람의 먹거리인 농장 돼지로의 전파를 막기 위함이었다.
이 시리즈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포획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내용도 많았다. 그 근거는 대부분 "농작물에 대한 피해가 크다"거나 "상위 포식자가 없어 개체 수가 너무 많아 조절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유해야생동물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제대로 된 조사나 고민 없이 이대로 죽여도 되는 것일까. 포획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다만 포획 수 책정을 위한 객관적 조사와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며 포획이나 죽이는 방법 역시 동물에게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호주에서는 2015년 코알라 개체 수가 늘고, 그들의 주식인 유칼립투스를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살처분을 했지만 2019년 발생한 대형산불로 6만 마리 이상이 죽거나 다치면서 지난해 결국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이는 인간이 생태계에 성급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이 언제 멸종위기종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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