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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약사님, 감사했어요"… 불 꺼진 약국에 빼곡히 붙은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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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39년간 약국을 운영해온 약사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인근 주민들이 약국 유리창에 메모를 남기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이 약사의 자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안타까운 배경을 설명하며 주민들의 위로에 감사를 표했다.
사연이 알려진 것은 일러스트 작가 키크니가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웹툰을 올리면서다. 작가는 한 시민으로부터 사연을 제보받아 그림으로 그렸다. 제보자는 "저희 동네에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현약국이 있다"며 "노부부가 운영하셨는데 아저씨가 약사시고 아주머니도 항상 친절하셔서 약 사러 가면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제보자에 따르면 동현약국은 최근 한 달 넘게 문을 열지 않았다. 이후 약국에는 이 약국 약사 A씨의 부고 안내문이 붙었다. 불 꺼진 약국 앞을 오가던 주민들은 A씨를 추모하는 쪽지를 창에 하나둘씩 붙이기 시작했다. 제보자가 보낸 사진에는 "따뜻했던 약사님 모습이 그리울 것 같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형형색색의 메모가 약국에 빼곡히 붙어 있다.
주민들은 저마다 동현약국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감사함을 전했다. 한 주민은 "어렸을 때 약사라는 직업은 아픈 걸 낫게 해주는 마법사 같다고 생각했다"며 "어린 시절 제 마법사가 되어 주셔서, 그동안 동네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마법을 부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주민은 "항상 약국에 갈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시고 손에 비타민을 쥐어주셨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했다. 한 어린이는 서툰 손글씨로 "약사 선생님! 항상 건강한 약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이어지자 A씨의 가족은 해당 글에 댓글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A씨의 딸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아버지 사연이 올라온 걸 보고 정말 많이 울었다"면서 "동현약국을 찾아와주시고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버지께서 조금은 쑥스러워하셨겠지만, 너무 행복해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의 딸에 따르면 A씨는 폐동맥 수술 이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A씨 아내가 음주 무면허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가족이 간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뒤 겨우 집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약사인 A씨가 폐동맥 혈전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딸은 "행복한 순간도 잠시, 어머니를 기다리셨다는 듯 아버지께서 병원에 가시게 됐다"며 "금방 퇴원하실 줄 알고 입원했는데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딸은 "칠순 생신을 3일 남겨두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버지를 떠나보냈다"며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괴로움의 연속이지만 훌륭한 부모님 덕분에 제 기억에는 사랑받고 행복한 순간만 남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도 꼭 부모님처럼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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