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납치 범인, 잡고 보니 이웃 주민…"아이 엘리베이터 혼자 태우겠나"

입력
2023.12.21 14:38
수정
2023.12.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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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납치 범행 후 "2억 달라" 협박
21일 영장실질심사… 구속 갈림길

초등학생을 납치해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를 받는 남성 A씨가 21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생을 납치해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를 받는 남성 A씨가 21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등굣길 초등학생을 납치해 부모에게 2억 원을 요구한 40대 남성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 남성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이웃으로 알려져 인근 지역 학부모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21일 오전 10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3세 미만 약취유인 혐의로 40대 남성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피해자에게 하실 말씀 없냐', '사과하실 생각 없냐' 등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왜 납치한 거냐', '범행은 혼자 계획한 거냐'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A씨는 19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등교하던 여자 초등학생 B양을 흉기로 협박해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옥상에 B양을 결박한 뒤 휴대폰을 빼앗아 B양의 어머니에게 "2억 원을 주지 않으면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가 정황을 살피기 위해 옥상을 벗어난 틈을 타 B양은 몸을 묶고 있던 테이프를 끊고 약 1시간 만에 자력으로 탈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피의자는 B양과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다른 동에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도주했고, 가지고 있던 흉기도 본인 집 앞에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전날 오후 5시 15분쯤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가 많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등굣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납치 범행이 알려지자 같은 지역 학부모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봉구 지역의 온라인 맘카페에는 "같은 동네인데 무서워서 아이 혼자 엘리베이터도 못 태우겠다" "자녀들이 형제인데 꼭 붙어 다니라고 해야겠다" "근처에 사는데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조심하자고 얘기했다"는 등 반응이 나왔다. 한 학부모는 "1층까지라도 같이 데리고 내려가야 할지 고민된다"며 "항상 걱정하던 일이 가까이에서 일어나니 속이 울렁거린다"고 적었다. 피해 아동을 향해선 "트라우마가 심하게 남을까 봐 걱정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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