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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세대도 일자리가 필요하다

입력
2023.12.21 22:00
수정
2024.01.18 09:59
26면
영화 '인턴'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턴'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저출산 초고령화'

우리나라의 미래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다. 49년 뒤인 2072년 우리나라 인구는 지금보다 30%가 줄어 3,622만 명이 되고, 최악의 경우 1967년의 3,017만 명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고 한다. 전체 국민의 중간 나이(중위연령)는 2022년 44.9세에서 2072년 63.4세까지 올라가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급감한다.

이런 추세라면 40대 이하 청년 세대는 희망보다는 절망에 찬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연금과 건강보험 등 갖가지 복지 혜택을 받으며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노동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그들이 두 명 몫의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청년 세대를 위해 경제적,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정책만으로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의 국가 생산성 급락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이런 미션을 가능케 하는 움직임이 국내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6070세대, 이른바 신중년들이 10~20년 더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움직임이다.

지난달 열린 '서울 4050 국제포럼'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200여 명의 포럼 참석자 중에는 60세 이후 은퇴자에게 일자리를 추천하거나 취업, 창업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자가 많았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꿈꾸는 요새'라는 커뮤니티에도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역량을 보이는 은퇴 전후의 5070세대가 모인다. 모두 각자의 경험, 노하우를 살려 취업, 창업, 청년 세대와의 협업,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70세 이후까지 일하고 싶어 한다. 연륜과 열정까지 갖춘 이들이 수십 년간 여가생활만 하면서 보내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유엔이 정한 연령별 구분에 따르면 65세까지 청년이고, 66~79세가 중년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교육을 받기만 하면 70대도 너끈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

물론 고도성장 시대의 혜택을 실컷 누린 6070세대가 청년 세대의 일자리와 취업 기회를 빼앗는다는 인식은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기득권 집단,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꼰대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면 정부의 주도면밀한 정책과 민간기업의 지혜를 바탕으로 청년 세대와 신중년 세대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세대가 기피하는 일자리, 오랜 경험과 관록이 필요한 일자리, 급여가 많지 않아도 자존감을 지키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자리 등을 적절하게 배분하면 될 일이다.

내가 올해 비즈니스 코칭을 했던 생애설계교육 분야 스타트업의 대표는 20대다. 그 회사에는 70대 중반의 정규직 직원이 한 명 있는데, 대표는 그를 '귀인'이라고 부를 만큼 신뢰한다. "급여가 많지 않은데도 회사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큰 도움을 주신다"는 것이다.

'인턴'이란 미국 영화가 있다. 전화번호 책 회사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뒤 은퇴한 70대 로버트 드니로가 의류 쇼핑몰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30대 최고경영자(CEO) 앤 해서웨이의 정신적 지주이자 연륜 있는 조언자 역할을 하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홍헌표 관악S밸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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