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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쩍 등장한 '내성'… 항생제 끝까지 먹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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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耐性)의 한자 뜻은 '견디는 성질'입니다. 의학계에서는 처음에 효과가 좋았던 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듣지 않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영어로는 내성(tolerance)과 저항성(resistance)이 구분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둘이 혼용됩니다.
내성은 일상에서 종종 쓰는 단어이긴 한데 올해는 유독 뉴스에 많이 나왔습니다. 유럽 등을 휩쓸고 국내에 상륙한 빈대와 4년 만에 다시 유행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떨게 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때문입니다.
약발을 떨어뜨리는 내성은 항암제를 비롯해 모든 약물에 적용되는 개념이지만 내성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항생제(Antibiotics)입니다. 항생제를 사용한 이후 인류는 내성의 존재에 대해 본격적으로 자각하게 됐으니까요.
23일 질병관리청의 항생제 내성균 포털 원헬스에 따르면 항생제는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로서 다른 미생물의 성장이나 생존을 막는 것을 총칭합니다. 즉 넓은 의미에서 미생물을 제거하는 모든 약이 항생제입니다. 보통 세포 벽을 허물어서 균이 죽게 만듭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미생물에는 크게 세균, 진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항생제도 없애야 하는 미생물별로 항균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 항기생충약 등으로 세분됩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환자에게 처방하는 항생제는 굳이 따지자면 세균인 폐렴균을 죽이는 거라 항생제 중 항균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항생제는 알렉산더 플레밍이 1928년 발견해 이듬해 발표한 페니실린(Penicillin)입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941년부터 페니실린이 인체에 사용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포도알균에 감염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지만 1960년 무렵에는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률이 80%까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2세대 항생제가 메티실린(Methicillin)인데,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균이 발견돼 인류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내성이 세인의 관심사로 부상한 데는 빈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60년대 새마을운동과 1970년대 DDT 살충제 확산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의 출현에 많은 이의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귀환한 빈대는 내성까지 갖췄습니다. 기존 피레스로이드(국화과 식물인 제충국의 살충성분 피레스린과 유사한 합성물질)계 살충제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나오자 정부는 네오니코티노이드(니코틴과 유사한 합성물질로 중추신경계에 작용) 계열 살충제를 긴급 투입했습니다.
초겨울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유행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70%에서 90%에 이른다고 알려지며 또 한 번 내성이 부상했습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은 애초에 세포벽이 없는 세균이라 항생제 치료도 그만큼 어렵다고 합니다. 박준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한 가지 항생제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세포벽이 없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추가로 처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균의 단백질 합성 효소를 공격하거나 유전자(DNA) 합성을 방해해 세균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죠.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은 백신도 없어 항생제 치료가 굉장히 중요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18일 질병청 주재로 열린 관계 부처 합동 대책반 회의에서는 양현종 순천향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은병욱 을지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균 항생제 내성 분석 및 특성을 반영한 진료 지침 개정판을 학회와 함께 신속히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유독 주목을 받긴 했지만 사실 내성은 국가 보건의료 체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다부처 공동대응 사업이 진행 중이고, 질병청은 국가 항생제 내성균 조사·감시체계를 운영하며 '국가 항균제 내성균 조사 연보'를 발행합니다. 내성균을 관리하는 것은 해외 주요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강력했던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에 그 중요성이 잠시 가려져 있었을 뿐입니다.
내성균이 무서운 것은 증식 뒤 다른 세균 등에도 내성균을 전달할 수 있어서입니다. 감염된 숙주, 즉 환자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균에 감염됐다면 내성균이 생기지 않게 마지막까지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처방된 항생제를 증상이 나았다고 중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항생제는 먹는 약과 주사제로 구분되는데, 주사는 의료기관에서만 맞을 수 있어 이는 먹는 약에 해당하는 조언입니다. 균을 완전히 없애는 게 내성균의 발현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항생제를 중간에 끊거나 불충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내성균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항생제를 더 길게 먹는 경우에도 내성이나 약물 독성이 유발됩니다.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뿐 아니라 모든 질환에 공통적입니다.
박 교수는 "항생제 종류와 처방 기간은 균의 종류와 감염 위치, 숙주의 면역 상태에 따라 정해지고, 같은 균이라도 폐렴으로 왔는지, 균혈증으로 왔는지, 뇌염으로 왔는지에 따라 또 다르다"며 "임상경험을 축적한 전문의의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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