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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에 대한 과도한 온라인 규제

입력
2023.12.20 04:30
25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주와 맥주 모습. 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주와 맥주 모습. 뉴시스

한국은 혁신의 나라다. 지난해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발표한 혁신지수에서 아시아 1위에 오를 정도다. 그런데 주류 산업처럼 규제로 인해 혁신이 더딘 영역도 있다.

한국은 폴란드와 더불어 온라인 주류 판매가 금지된 유일한 OECD 국가다. 국내 산업이 규제로 묶여 있는 동안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는 이커머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InsightAce Analytic)에 따르면 전 세계 온라인 주류 시장은 2030년까지 305억 달러(약 37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한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0조 원을 상회했고, 그중 식음료 구매는 12.69%로 가장 컸다. 반면 주류 산업은 규제 때문에 1인 가구 급증 및 코로나19 등으로 급변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오더 도입, 음식과 함께 주문한 주류의 배달 허용, 전통주 온라인 판매 전면 허용 등 일부 점진적 변화만 가능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11월 '주류통신판매 활성화 논의를 위한 국회포럼'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월 1회 이상 술을 마시는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가 주류통신판매 규제 완화에 찬성했다. 주류통신판매 허용의 가장 큰 우려인 '미성년자 술 구매 가능성'에 대한 해결책이 확보될 시 규제 완화에 찬성한 응답자는 68%에 달했다.

일부 우려와 달리 미성년자의 온라인 구매는 책임 있는 유통체계 확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영국은 온라인 구매부터 배송까지 전 단계에서 철저한 연령 검증을 진행한다. 만취나 알코올 의존증 등 주류 주문이 금지된 소비자의 접속도 제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미성년자 음주 경험률이 20% 가까이 감소했다는 스카치위스키협회(SWA)의 보고도 나온 바 있다. 주요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음주 취약 계층의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 있는 음주를 위한 국제 연맹(IARD)' 등 글로벌 단체들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국내 시장에 적합한 맞춤형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전국적으로 생겨난 소규모 주류 생산업체에 온라인 유통 채널 확대는 소비자와의 접점 증가뿐 아니라 제품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도 제공한다. 소비자들도 오프라인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소비하며 다양한 음용 경험을 할 수 있다. 즉 온라인 주류 판매 활성화는 관련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 이득이다. 청소년 음주, 지나친 음주에 따른 건강 우려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한국 주류산업이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적절한 수준으로의 온라인 규제 완화는 불가피하다.


스테판 언스트 (Stefan Ernst)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총장 (President of the Europe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

스테판 언스트 (Stefan Ernst)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총장 (President of the Europe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




스테판 언스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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