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은 아이가 타인도 존중" 학생인권조례 수호 나선 진보교육감들

입력
2023.12.19 16:10
수정
2023.12.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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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시도 교육감 "조례 폐지 논의 중단을"
서울, 법원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됐지만
22일 본회의에 폐지안 직권상정 가능성
앞서 대법원은 "조례 위법 아냐" 판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에 뜻을 함께하는 교육감 8인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에 뜻을 함께하는 교육감 8인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보수 진영이 학생의 휴대폰 소지 허용, 두발 자유, 체벌 금지 등을 보장한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 원인으로 지목하고 폐지를 추진하자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서울 인천 광주 울산 세종 충남 경남 전북 제주 등 9개 시도 교육감은 19일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를 중단하라"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세종 울산 경남 교육감도 이름을 올렸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7개 시도 중에는 보수 성향인 경기도교육감만 참여하지 않았다.

교육감들은 입장문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의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체벌이 사라졌고, 복장과 두발 등 학생생활규칙에 학생들 의견이 반영되게 했다"며 "학생들도 당당히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례 도입으로 학생 인권이 개선됐다는 근거 자료도 제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실태조사에서 시내 초중고생 중 체벌을 받은 적 있다는 응답이 2015년 18.9%에서 2019년 6.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조례에 따라 2015년 학생인권옹호관이 설치된 이래 올해 11월까지 7,232건의 인권침해 상담과 1,454건의 권리구제 사안을 접수해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론은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회복이 교육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불붙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했고, 교육부는 최근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교육청에 배포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까지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무를 두루 조례에 명시하자는 취지인데, 교육부 예시안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보편적 인권 조항은 빠졌다.

보수 우위인 지방의회에서 잇달아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발의되면서 논란은 진영 간 세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충남도의회는 15일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시켰고, 역시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도 22일 본회의를 앞두고 폐지안 처리를 준비 중이다. 서울의 경우 18일 서울행정법원이 시교육청의 폐지안 수리 및 발의에 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충남 사례처럼 의원 발의 형태로 폐지안이 재차 발의돼 직권 상정될 경우 22일 본회의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학생인권조례의 운명은 대법원이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교육감은 의회가 재의결한 사항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재의 요구 절차에 돌입했다. 재의결엔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이 도의회 48석 중 36석을 점하고 있어 단독 재의결이 가능하다. 의석 구성이 유사한 서울시의회 역시 같은 과정을 밟게 될 수 있다.

앞서 대법원은 '학생인권조례는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13년 교육부가 전북 학생인권조례가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2015년 "조례는 헌법과 법령에 의해 인정되는 학생의 권리를 확인하거나 구체화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한 데 불과하다"며 교육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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