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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기 도전' 덱스 "인간 병기 역, 액션에 몸 불사를 것"

입력
2023.12.21 08:52
수정
2023.12.21 09:57

2023 최고의 예능 대세 덱스(김진영) 인터뷰
"감독님이 일대일 연기 지도...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죠."

군인 출신 유튜버 겸 방송인 덱스.

군인 출신 유튜버 겸 방송인 덱스.

2023년 방송가 최고의 수확은 덱스라는 예능 샛별이다. 특수부대 UDT 출신의 전직 군인이자 유튜버인 그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며 지상파 방송에 안착했다. 덱스의 장점은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양파 같은 매력이다. 여심을 강탈하는 마성과 순수하고 순박한 기질이 공존하는 반전매력의 끝판왕. 제작진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한 해 덱스는 너무나 바쁜 스케줄 탓에 스스로를 지킬 시간도 없이 달려왔다. 체력과 정신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이지만 번아웃에 시달렸고 삶에는 때때로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도 여실히 깨달았다. 덱스에게 2023년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해"였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았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 했지만, 이제는 유명세에 따른 말의 무게나 영향력을 실감하며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꽉 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덱스를 한 행사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다.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방송에서 보던 이미지보다 훨씬 속이 깊고 내면이 꽉 찬 청년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1995년생, 아직은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지만 여러가지 시도와 성패를 경험하며 단단하게 여물어가고 있음은 분명했다.

-엡툰 원작 드라마 '아이쇼핑'으로 연기에 도전하게 됐는데 어떤 역할인지 알고 싶다.

"정현이라는 역할인데 세희의 최측근 수하이자 비밀 조직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는 인물이에요. 세희가 찾아낸 완벽한 육체, 지능을 가진 우월한 유전자죠. 인간 병기로 키워진, 말 그대로 무기 같은 인물입니다. 웹툰 자체가 다크한 이야기를 다루고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거든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번 드라마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가.

"은연중에 드라마 쪽을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출연 제안이 들어왔어요.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대사가 많이 없어서에요. 하하. 저같이 기술도 안 되고 경력도 없는 사람이 대사가 많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이고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작품이라 선택을 했어요. 그런데 원래 대사가 없는 게 더 어렵다 하더라고요. 표정으로만 해야 하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선택을 하라고 해도 그렇게 할 거 같아요. 멋들어진 대사를 칠 자신은 없지만 액션신이 좀 있을 거라서 끌렸어요. 몸쓰는 건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으로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냉정한 판단 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100%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연기는 언제부터 꿈꿨는지 궁금한데.

"이번 연도 들어와서 생각해 봤어요. 어릴 때 (배우 일에) 관심은 없었는데, 예능을 하다 보니 마냥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제가 엘리트 개그맨도 아니고 저라는 사람에 대해 흥미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할 수 있는 구석을 찾다 보니 액션배우도 생각하게 됐어요. 예능도 하면서 잘 맞는 역할이 있으면 하고 싶었고, 이쪽 일을 좀 더 재밌게 오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일을 짧게 하고 싶지 않고 길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기회를 주신 오기환 감독님께 감사해요."

-오기환 감독이 덱스에게 특별히 주문한 게 있다면.

"제가 감독님을 잘 만난 거 같아요. 경력이 많은 영화 감독님인데 오픈마인드이시더라고요. 본인의 생각에 배우를 끼워 맞추지 않고 배우의 성향에 맞게 조율을 해주시는 느낌이었어요. 첫 만남에 '내가 인복이 있구나' 생각했죠. 처음 미팅했을 때 '이 역할을 보니까 나라면 이렇게 할 거 같다'라고 마구 풀어봤었어요.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보냈을 거 같고 이러한 행동을 할 거 같다' 등 꾸미지 않고 가감 없이 말씀드렸고 잘 들어주셨어요. 여담이지만 감독님이 숏 패딩을 입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롱 패딩을 선물해 드리려고 해요. 하하."

-드라마 촬영은 시작했나.

"네. 첫 촬영을 했는데 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최선을 다했는데 배우로서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예능인으로 보여줘야 하는 모습과 완전 다른 거 같더라고요. 카메라 구도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보니까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있어요. 찍었던 걸 보면서 이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조금씩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은 들었어요."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따로 연기 수업을 받는 건지.

"연기를 배우진 않고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대본을 두고 배우면 저의 색을 완전 잃어버릴까 봐서요. 오기환 감독님이 연기 선생님을 해주셨어요. 몇 시간씩 불러서 연기 지도를 해주셨는데 메인 감독님이 일대일로 이렇게 해주는 경우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감독님 앞에서 발연기를 하다 보니까 현장에서는 덜 무서웠어요. 하하. 제가 직감이 잘 오는 편인데 좀 더 하면 괜찮을 거 같아요. 드라마가 공개되고 '연기 천재'라는 소리를 듣진 않을 거 같지만요. 예능 때는 기세나 기운으로 했다면 지금은 많이 다듬어졌고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해요.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진화하는 걸 좋아해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서서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몸을 잘 쓰는 편이니 액션신은 자신이 있겠다.

"액션으로 몸을 불사를 예정이에요. 감독님께 대역 없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혹시나 다치면 전체적으로 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 부분은 이해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이해하지만 용납이 되는 한에서는 무조건 몸으로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희생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있어요. 액션신도 막말로 진짜 때려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연습할 때도 세게 때려달라고 했어요."

-평소 좋아하는 작품이나 배우가 있나.

"저는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씨를 좋아해요. 천송이 캐릭터가 너무 찰떡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나한테 아예 없는 모습을 만들어서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자기 안의 모습 중 하나를 떼어서 극대화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라고요. 지금까지도 '별에서 온 그대'를 가끔 보는데 최애 작품이에요. 중학생 때 치킨 먹으면서 보던 작품인데 천송이만의 능청스러움과 유쾌함 그런 게 멋져요."

-만능 엔터테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데 인간 덱스의 또 다른 꿈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비혼 주의였는데 요즘은 혼인 주의가 됐어요. 좋은 사람이 있어서 결혼을 하게 되면 행복하겠다는 상상을 해봤어요. 미래에 배우자가 능력이 된다면 집에서 가정주부를 해도 아주 잘 서포트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하하. 아내 출근시키고 운동 갔다가 게임하고 밥 먹고 집안일도 하면 행복할 거 같아요. 여유가 되면 요식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돈이 많지 않고 힘들었을 때 했던 저만의 레시피들이 있거든요. 메뉴를 살려서 편안히 한잔할 수 있는 소주집을 해보고 싶어요. 원래 누군가의 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즘은 내 팀을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방송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가장 좋았던 건 뭔가.

"주변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챙겨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꿈을 서포트해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우리 가족도 좀 더 챙길 수 있고요. 항상 어머니가 감정적으로 위로를 많이 해주세요. '아들아, 힘들면 언제든 내려와라. 너에겐 가족들이 있다'라고 말씀해 주시죠. 그리고 저 또한 힘들 때 에이전트H 형의 도움을 받아봤고, 제가 누군가에게 베푼 호의가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어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힘이 생겼다는 게 가장 기쁘죠."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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