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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밴드 보러 8500명 모였다...아이들이 부모에게 '영업'하는 'J팝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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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민성(48)씨는 일본 대중음악인 J팝이 지금의 K팝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1990년대 중반 일본 음악을 찾아 들었던 'J웨이브' 1세대다.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합법적으로 유통되지 못하던 시절에 소위 '빽판'(불법 제작 음반)으로 당시 일본을 대표하던 록그룹 엑스재팬의 음악을 들었다. 중년의 가장이 된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최신 J팝을 '영업'당했다.
이씨는 "(15세 이상 관람가라) 일본 애니메이션인 '최애의 아이'는 못 보게 했지만 딸이 주제곡인 '아이돌'에 푹 빠져 있다"며 "(일본 혼성 밴드) 요아소비와 (일본 가수) 아도를 좋아해 아이 때문에 J팝을 새로 배우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겨울 국내에 상륙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40·50세대 부모를 통해 10·20세대 자녀들에게로 번졌다면, J팝 소비 흐름은 그 반대다. 청년 세대를 통해 부모 세대로까지 입소문이 퍼지면서 J팝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일본 상품 불매를 골자로 한 '노재팬' 운동의 열기가 식은 이후 최근 1년 새 국내에 상륙한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열풍이 촉발한 J웨이브의 새로운 흐름이다.
"아이한테 추천받고" J팝 공연장에 등장한 학부모
세대를 아울러 J팝이 입에 오르내리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일본 가수의 내한 공연 시장엔 '봄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요아소비는 지난 16,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공연해 관객 8,500여 명을 불러 모았다. 요아소비의 한국 공연은 16일 하루만 열릴 예정이었으나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돼 이틀로 늘었다. 이틀째 공연 티켓도 예매 시작 1분 만에 동났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로 뚝 떨어져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17일 김영호(50)씨는 중2인 딸과 함께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뚫고 공연장을 찾았다. 김씨는 "딸한테 '최애의 아이'와 요아소비를 추천받았다"며 "유튜브로 검색해 보니 좋은 노래가 많아 딸과 같이 공연을 보러왔다"고 말했다.
요아소비 공연의 관객은 대부분 10, 20대였지만 김씨 부녀처럼 가족 단위 관객도 객석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밖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공연장은 한여름 축제 같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무대에 오른 요아소비의 보컬 이쿠라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축복' '삼원색' 등 을 줄줄이 부르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어이, 어이"란 함성으로 화답했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서 일본 가수 내한 공연이 꾸려진 건 요아소비가 처음이다. J팝의 국내 공연 시장 기반이 그만큼 약했다는 뜻이다.
요아소비는 8,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필름 레드' 주제곡을 불러 국내에서도 친숙한 아도는 내년 2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두 번째로 큰 10홀에서 공연한다. J팝 가수들이 잇따라 국내 공연 시장에서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올해 J팝이 한국에서 유달리 사랑받은 덕이다. 올해 1월 6일부터 12월 7일까지 유튜브뮤직 인기곡 주간 차트 톱100 영상 재생 수를 취합한 결과, 톱10에 J팝 두 곡이 포함됐다. 요아소비의 '아이돌'(4위·9,603만 건)과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6위·8264만 건)다.
J팝과 만난 K팝... 다양성 확대 시도
J팝에 대한 관심은 K팝 시장도 바꾸고 있다. K팝 밴드 QWER은 지난 10월 발표한 데뷔곡 '디스코드'를 일본 애니메이션 노래풍으로 만들었다. 록 사운드와 날뛰는 건반 연주에 성장 서사를 얹혀 곡을 만드는 방식이다. QWER을 제작한 김계란은 "'최애의 아이'에서 영감을 받아 QWER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국내 팬층이 두터운 일본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J팝이 인기를 얻은 데 따른 변화다. K팝과 J팝의 접목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르세라핌은 최근 낸 '쥬얼리'와 '드레스코드'를 이마세와 합작해 K팝에 재즈 분위기를 새로 입혔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획일화되는 K팝의 다양성 측면에서 J팝과의 교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1960~1970년대 유행했던 일본의 시티팝이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을 비롯해 J팝과 K팝의 교류는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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