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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부담인 한국, 축복인 미국·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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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아기일 때 나는 미국 유학을 떠나 해외에서 거주했는데, 아기를 데리고 미국에서 살았던 시기는 나에게 여러 좋은 기억을 남겨 주었다. 평범한 우리 아기에게 "너무 사랑스러워요!"를 연발하며 호들갑스럽게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아기가 있는 가족이 신속하고 편안하게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을 여러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아이를 앞질러 서둘러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아, 한국에 돌아왔구나'를 실감했다.
한국에서 둘째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는 열렬한 환영도, 편안함을 위한 배려도 경험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아기를 불편해하거나 배제하는 공간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다.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금쪽이', 아이 때문에 피해를 입히는 엄마는 '맘충'이라고 불리며, 사회적 지탄과 인터넷상 조리돌림 대상이 되고 있다. 아이와 양육자는 요즘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어렵다.
한국의 아이들만 유달리 문제행동을 가지고 태어나고 자라는 것은 아닐 텐데 왜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이렇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아이를 둘러싼 한국의 상황에는 여러 사회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아이를 축복으로 생각하는 사회와 부담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차이를 한번 생각해 본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는 축복의 대상이 아니고, 육아는 즐거운 활동이 아니다. 미국과 스웨덴에서 이루어진 조사에서 자녀와 관련된 활동을 남녀 모두 인생에서 두 번째로 즐거운 활동으로 보고 대부분의 여가 활동보다 훨씬 즐겁게 평가했다는 연구결과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자녀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국제적으로 비교한 연구에서는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자녀가 부모의 기쁨이라는 항목이 낮게, 자녀가 부모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항목이 가장 높게 나오는 등 부정적 평가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한국에서 아이 양육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이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녀 양육비용에 대한 몇 가지 국제비교 연구에서 한국은 국민 소득 대비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히고 있다. 아동의 행복도 조사에서도 한국은 항상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 아동의 경우 건강이나 영양 같은 객관적 수치는 양호한 편이지만, 자기 자신이나 개인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연구진은 경쟁적인 교육제도가 아동이 스스로 긍정적 인식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아동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해석한다. 어쨌든 부담스러운 양육자가 행복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고, 양육이 즐거운 활동이 되는 사회가 어떤 곳일까 생각해 본다. 지금보다 교육에 대한 경쟁과 압박이 덜하고 양육을 위한 비용부담도 적은 사회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노력은 필요하다. 사회가 변화하기 전이라도 아이와 양육자를 조금 더 환영하고 배려해 주는 것은 어려울까. 어쨌든 이 사회에서 행복하지 않게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조금씩 책임이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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