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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모셔야" "윤 대통령 아바타"… 국민의힘 '한동훈' 격론

입력
2023.12.15 19:22
수정
2023.12.15 21: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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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임명 관련 비상 의총 개최
'친윤계' 한동훈 비대위 주장에 '비윤계' 중심 반발
"선거 지면 대통령 탄핵" 발언에 한때 소란 벌어져
"할 말은 해야"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 의견 분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총선을 지휘할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구로 세워야 할 지'를 둘러싼 격론을 벌였다. 일부 의원들이 '한동훈 비대위'를 주장하며 분위기를 몰아가자 비윤석열계는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김웅 의원)라며 원색적인 반발로 맞섰다. 여권 쇄신의 핵심으로 꼽혀온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치열한 논쟁이 2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중간에 생수를 박스째로 회의장에 집어넣는 진풍경이 포착됐다.

"한동훈, 삼고초려로 모셔와야" vs "대통령 아바타로 선거 못 이겨"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일어나 이동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일어나 이동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성원 의원이 가장 먼저 발언대에 올랐다. 그는 "한동훈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삼고초려라도 해서 모셔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한 장관의 신선함을 무기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뒤이어 비례대표 지성호 의원과 'TK(대구·경북)' 재선 김석기 의원이 거들고 나섰다.

초반은 '한동훈 비대위' 논리가 앞섰다. 이에 비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웅 의원은 "한 장관을 추대하기 위한 자리를 만든 것 같은데 '깽판' 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 장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에 비유하며 "우리 당의 새로운 '김주애'를 추대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대통령 때문에 당 지지율이 낮은데, (윤 대통령의) '아바타'인 한 장관을 내세워 어떻게 총선에 이기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총선에서 패배해 또 탄핵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발 더 나갔다.

그러자 이용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은 "여기서 탄핵이 왜 나오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소란이 계속되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은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중재에 나섰다.

'한동훈 비토론' 분출에..."원희룡이 적임자"

한 장관의 정치 경험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용호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선거를 지휘해 본 사람이어야 하고, 중도 외연 확장이 가능한 사람이 와야 한다"며 "대통령과 신뢰가 있어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을 겨냥한 '바지사장', '얼굴마담' 등의 표현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이 '중도 확장'을 강조한 것은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수도권 4선 중진인 김학용 의원은 "그렇다면 (정치 경험이 많은) 원희룡 장관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장관이) 참신하고 지지도가 높으니까 하자'는 의견과 '아직 검증이 안 됐다'는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는 총 18명의 의원이 발언했다. 한 참석자는 본보 통화에서 "후보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원 장관(을 지지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고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외에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윤석열-이준석-유승민-홍준표' 연합구도를 복원해야 한다"(이태규 의원), "비대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을 선임할 때 '윤심(尹心)' 논란이 불거져선 안 된다"(박형수 의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총선에서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쇄신과 변화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진짜 문제는 '수직적 당정관계'..."다 같이 용산 가자"

비대위원장 적임자에 대한 설전은 당정관계 재정립 문제로 이어졌다. 당이 대통령실과의 종속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인선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김기현 전 대표가 나간 자리에 들어온 비대위원장으로 윤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비치는 인물이 올 경우 쇄신 노력이 퇴색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부산·울산·경남(PK) 5선 서병수 의원은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그런 비대위가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비대위원장이) 신뢰관계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도층과 청년들로 외연을 넓히려는 의지가 있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친이준석계' 비례 초선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심이 바라는 건 대통령의 획기적인 변화"라며 "오늘이라도 우리가 총의를 모아 대통령께 간곡히 요구해야 한다. 다 같이 용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 임명 결론 못내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가 모두발언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가 모두발언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처럼 의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비대위원장 인선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을 마치며 "너무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결정을 하기 어렵다"면서 "다음 주 수요일(20일) 정책의총이 있으니 그때 한번 더 의총을 하든지 메신저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임명) 시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제가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점(에 결론이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8일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 관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김민순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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